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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 화가 열전 ④] 조르주 쇠라

by 데일리아트

19세기 신인상주의의 등장, 점묘법 그리고 분할주의
과학적인 방식으로 시각 작용에 대해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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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쇠라, '그래블린 채널', 1980년 / 출처: 위키피디아


우리가 매일 보는 미디어 화면도 픽셀이라는 아주 작은 단위로 이뤄져 있다. ‘팩맨’이나 ‘슈퍼마리오’ 게임을 해본 이들이라면 네모 칸 칸의 점들이 생각날 것이다. 픽셀(pixel)은 ‘Picture Element’의 준말로 그림을 구성하는 요소로 풀이된다. 이러한 픽셀은 평상시에는 의식하지 못하다가 픽셀이 깨지는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답답함과 함께 높은 화소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든다. 픽셀과 같이 점들로 구성되는 그림으로 미술에서는 점묘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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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쇠라, '그랑드자트 섬의 센강', 1888년 / 출처" 위키아트


조르주 쇠라(Georges Seurat, b.1859-1891)와 폴 시냐크(Paul Victor Jules Signac, b.1863-1935)는 점묘법을 사용한 대표적인 화가들로 쇠라는 화면에 원색의 점묘를 찍는 분할주의를 통해 신인상주의를 열었다. 초기 인상주의 화가들이 야외로 나가 빛에 따른 변화를 화면에 담고자 했으나 화가들이 눈에 보이는 실제 빛을 캔버스에 옮겼을 때, 색은 눈으로 보이는 광경보다 더 어둡고 탁했다. 쇠라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색을 혼합하지 않고 점을 찍는 방식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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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산혼합, 가산혼합 표 이미지 / 출처: 티스토리 홈페이지


쇠라의 분할주의는 의도적으로 물감을 팔레트에서 섞지 않고 순수한 원색의 점들을 화면에 섞어 찍어 표현함으로써 그림을 보는 사람의 눈과 망막에서 섞이도록 한다. 작은 점들을 찍어 제작된 화면은 멀리서 보면 통일된 그림으로 보이며 색들은 서로 영향을 받아 시각적인 잔상을 일으킨다. 빛이 섞일수록 밝아지는 현상을 과학 용어로 가산혼합이라고 하며 색이 섞일수록 검어지는 현상을 감산혼합이라고 한다. 캔버스에 선이 아닌 점묘를 찍으면 안료가 섞이지 않고 캔버스의 흰색 바탕이 보여 더 밝게 그림이 완성된다. 당시 19세기 화가들 사이에서는 광선과 물감의 색채에 대한 인식이 생겨나고 있었고 과학자들로부터 색채와 시각 작용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쇠라는 샤를르 블랑의 색채론에 영향을 받아 분할주의를 체계화 시킴으로서 색채의 순수한 색을 작품에 가져오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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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쇠라, '일요일 오후의 그랑드자트 섬', 1886년 / 출처: 위키아트


쇠라의 작품에서 잘 알려진 <일요일 오후의 그랑드자트 섬>은 1886년에 마지막으로 열린 제8회 인상주의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이다. 휴일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교하고 세세한 물감의 점들로 표현되어 있다. 쇠라가 찍은 하나하나의 점들은 빛과 색에 대한 고찰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질서 있는 화면의 규칙성이 보인다. 화면 속 점들은 서로 융합되며 조화로움을 선사해 준다. <일요일 오후의 그랑드자트 섬>은 무려 2년에 걸쳐 제작되었으며 완성하기 동안 70점 이상의 스케치와 드로잉을 했다. 또한,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쇠라가 자신의 그림에 완벽히 적합한 사람들을 넣기 위해 같은 장소에서 오랜 기간 동안 사람들을 관찰한 후에 그림에 담았다. 작품 속의 사람들은 쇠라에 의해 철저히 계산되어 배치된 것으로 모든 인물들은 한 화면에 있지만 모두 다른 시간에 존재했던 사람들이다. 쇠라는 그랑드자트 섬에서 여름날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연령과 성별, 계급과 상관없이 담았다. 그는 이와 같은 일상 속 사람들의 모습을 소재로 한 작품을 여러 점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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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쇠라, '아니에르의 수영하는 사람들', 1884년 / 출처: 위키아트


<아니에르의 수영하는 사람들>들은 <일요일 오후의 그랑드자트 섬>을 제작하기 이전에 그린 작품으로 아직 인상파의 붓터치가 남아있다. 그림에는 파리 근교에서 물놀이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수영을 하는 사람, 잔디에 누워 있는 사람, 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원경에는 공장의 굴뚝 연기와 다리가 보인다. 또한, 화면의 오른쪽 위에 그랑 자트 섬이 나타나 있어 두 그림을 연결시켜볼 수 있다. 작품은 작게 느껴질 수 있으나 앞서 본 <일요일 오후의 그랑 자트 섬>과 마찬가지로 매우 큰 크기(201×204cm)의 작품이다. 쇠라는 이 작품을 그리던 시기인 1883~1884년부터 점묘법을 이용한 과학적 분할주의를 작품에 그렸으며 초기에는 콩테를 이용한 흑백의 소묘나 유화 스케치를 많이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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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쇠라의 사진 / 출처: 위키백과


쇠라가 지녔던 작품 방식에 대한 생각을 1890년 모리스 보부르에게 보낸 편지로 읽을 수 있다. “미술은 조화이다. 조화는 톤이 비슷하거나 요소들에서, 그리고 색채와 선에서 유추한다. 명랑함과 고요함, 슬픔의 혼합에서 이러한 것들이 빛의 영향과 지배 아래 있음을 생각하면 말이다.” 쇠라는 과학적인 접근방식으로 규칙적이고 정확한 작품을 구사하고자 했으며 작품에 있어 색과 점들의 조화, 융합을 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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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쇠라, '에펠탑', 1889년 / 출처: 위키아트


1889년 파리 만국 박람회를 개최하며 지어진 에펠탑을 쇠라가 같은 해 그린 작은 작품이다. 수직, 수평으로 점을 세세하게 찍어 규칙적으로 배열하여 완성되었다. 쇠라를 비롯한 여러 인상파 화가의 작품에서는 근대화된 파리의 건축, 당대 사람들의 모습 등을 관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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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쇠라, '퍼레이드' , 1887 - 1888년 / 출처: 위키아트


밤의 서커스 모습을 그린 <퍼레이드>는 가스등이 켜진 풍경과 트럼펫을 부는 악단들, 관중들의 모습들이 그려져 있다. 화면은 깊이감이 배제되고 평평한 화면으로 구성되며 화면에 구획되는 면들의 비례를 고려하여 수학적으로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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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시냐크, '펠릭스 페네옹의 초상', 1890년 / 출처: 위키피디아


신인상주의라는 표현은 시냐크가 그린 평론가 펠릭스 페네옹이 붙인 것으로 그는 쇠라와 시냐크를 알리며 그들을 도왔다. 시냐크가 그린 그의 초상화 또한 잘 알려진 대작으로 리듬감 있는 화면의 구성과 색채를 보여준다. 시냐크는 쇠라의 지지자이자 친구로서 분할주의를 통해 점묘법을 구사하며 그는 프랑스 해변의 풍경들을 많이 남겼다. 그림에 과학적이고 수학적인 방식을 통해 점묘법을 구사하며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쇠라는 안타깝게도 1891년에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뇌수막염으로 짐작되는 병으로 인해 요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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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빈센트 반고흐, '자화상', 1887년 / 출처: 위키피디아. (오) 카미유 피사로, '에라니의 목초지' , 1886년 / 출처: agsa 홈페이지


그가 남긴 작품은 많지 않으나 그가 창안한 점묘법은 고흐, 카미유 피사로, 로베르 들로네 등의 작가들에게 실험되었고 야수파와 입체파에도 영향을 주었다. 신인상주의자로서 쇠라와 함께 활동한 시냐크는 이후로도 여러 작품을 남기게 되며 신인상주의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렸다. 쇠라는 작품에 과학적이고 수학적인 방식을 통해 체계적인 질서를 부여하여 회화에 또다른 변화를 일으켰다. 쇠라를 통해 본 세상은 현대 디지털 미디어의 수많은 픽셀보다 더한 감동과 영감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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