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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기행 ‘길 위의 미술관’에 참여한 후에 드는 생각

by 데일리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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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이 운영한 여자미술학사터 부근


데일리아트 창간 기획 ‘길 위의 미술관’에 참여한 후…!


가끔 그런 꿈을 꾼다. 흑백사진 같은 회색 골목이 펼쳐지며 익숙하지도 낯설지도 않은 길이 열린다. 때론 그러한 꿈속에서는 지난 세기의 젊은 부모님을 비롯 형제 자매들의 어린 날의 모습이 등장하기도 한다. 물론 사라진 옛집도 그대로 있다. 그리고 깨어났을 때 꿈속의 옛 시간과 현실 사이에서 아주 잠깐 혼돈을 겪는다.

데일리아트의 야심 찬 창간 기획 ‘길 위의 미술관’을 통해서 혼돈없이 아스라한 과거의 시간이 현재로 펼쳐지는 경험을 했다. 지금으로부터 근 백여년 전 인 20세기 초중반, 무모하리만큼 시대와 불화하고 거침없이 세태와 맞섰던 조선 최초 여성 서양 화가 나혜석. 그녀의 글과 비극적 삶은 아릿한 여운으로 내 젊은 날의 가슴에 남아 있다.


삼십대 중반 그녀의 시선과 발걸음이 부지런히 닿았을 수송동 여자미술학사 가는 길, 서울 도심의 얼마 남지 않은 옛 골목과 건물들이 제법 남아 있다. 개발의 거대한 쓰나미가 덮쳐오기 직전의 고요라 할까? 미술학사 터 바로 옆엔 혜석의 시선이 머물렀을 그 시대 조선집 하나가 비록 낡은 폐가의 모습이었지만 미려한 처마선으로 자존감을 드러내며 거친 세파와 세월의 운명을 조롱하듯 남아 있었다. 혜석의 그림에 대한 열정과 삶의 투지가 땅에 스미고 그 기운이 현실이 된 것일까? 지척에 미술관 또한 자리하고 있었다.


내가 오늘 무심코 지나치는 길목이 누군가의 애틋한 사연과 소소한 삶의 이야기들이 쌓여 있음을 생각할 때, 이 땅의 어느 거리, 어느 골목인들 소중치 않으랴. 더군다나 시대를 깨우고 새로움을 선물한 예술가들의 삶과 사연이 밴 이 땅위의 길이라면 그 의미는 더하지 않겠는가. 데일리아트의 ‘길위의 미슬관’을 통해 이 땅에 스며 있는 미술가들의 삶과 사연을 아는 재미가 솔솔히 생겨날 것을 생각하니, 차기 기획에 대한 설렘으로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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