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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내가 사랑하는 예술품 ②] 김훈희 변호사

by 데일리아트

도예가 김익영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예전에 '우일요'라는 도자기 가게에서 ‘토전’이라는 이름의 생활도자기를 판매해, 그곳에서 아내가 그릇 한 점을 사왔습니다. 구입한 그릇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흔한 식기 브랜드라고 생각하고 그릇에 담긴 음식을 맛있게 먹기만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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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길 30번지 '토전 김익영 도자예술'


'토전' 브랜드를 접한 지 10여 년 정도 지난 후, 대학원에서 윤용이 교수님의 도자사 수업을 들으면서 김익영 작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토전'은 김익영 작가의 별호라는 사실도 그때 알았죠. 이후 김익영 작가의 작업실인 창덕궁길 30번지를 방문하여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접했습니다. 작가의 작품 특성 '다양한 사각 면(面)'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작품은 좋았지만 구매까지는 확신이 없었습니다. 작품의 구매는 감상으로 시작해서 감동의 단계를 거치지만 아무리 좋은 느낌을 주는 작품이라도 구입할 때는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죠. 구매를 해야한다는 확신의 단계를 거쳐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 컬렉션이 됩니다.


그 후, 2022년도 대영박물관을 방문했어요. 박물관 내 한국관에서 김익영 작가의 작품을 발견했습니다. 대영박물관에서 영구 전시될 정도의 작가 작품이라면 충분히 소장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가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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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박물관 한국관 전시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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깁익영, 가형합 (2015년)


작품 소장 경위


나에게 도자기 작품 수집은 회화의 수집에 비해 늘 후순위였기에 작품구매까지 가지 못하고 잊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호형호제하는 SJ 집에 초대받았습니다. SJ 집 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여러 점의 김익영 작가 작품이 먼저 눈에 띄는 것입니다. 인사도 대충 나누고 서둘러 작품부터 봤습니다. 작품을 보는 취향이 나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고 서로에 대한 친밀감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작품을 통해서 마음까지도 가깝게 된 것입니다. 김익영 작가를 알게 된 계기 등 서로의 취향을 공유하며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말 이번에는 우리집에서 연말 모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웬걸, 사랑스런 동생 SJ는 김익영 작가의 <가형합(2015년)>을 선물로 가져왔어요. 박스를 개봉하는 순간 저희 부부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한참 동안 작품만 감상하였습니다. 선물로 받기에 부담스럽지만, 제 취향을 고려하여 크게 마음을 써준 SJ의 마음을 거절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문득 김지수 작가가 쓴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 등장하는 이어령 교수의 '럭셔리한 삶'에 대한 언급이 생각납니다.


"선생님 럭셔리한 삶이 뭘까요?"


"럭셔리한 삶..... 가장 부유한 삶은 이야기가 있는 삶이라네. ‘스토리텔링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그 사람의 럭셔리지"


"값비싼 물건이 아니고요?"


"아니야 똑같은 시간을 살아도 이야깃 거리가 없는 사람은 산 게 아니야. 스토리텔링이 럭셔리한 인생을 만들어. 세일해서 싸게 산 다이아몬드와 첫 아이 낳았을 때 남편이 선물해준 루비 반지 중 어느것이 더 럭셔리 한가? 남들 보기엔 철 지난 구식 스카프라도 어머니가 물려준 것은 귀하잖아. 하나뿐이니까. 우리는 겉으로 번쩍거리는 걸 럭셔리하다고 착각하지만, 내면의 빛은 그렇게 번쩍거리지 않아. 거꾸로 빛을 감추고 있지. 스토리텔링에는 광택이 없다네. 하지만 그 자체가 고유한 금광이지"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15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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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영, 가형합(2015년)


디자인을 사랑한 김익영 작가


1935년생인 김익영 작가는 서울대학교 화공과를 졸업하였으며, 현재 국민대학교 도자공예학과 명예교수입니다.


도자기를 만들 때 색을 강조할 수도 있고, 작품의 형태를 강조할 수 있을 것인데, 김익영 작가는 ‘도자는 형태다’라는 근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생각으로 작품을 구상하고, 형태 중심으로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입니다. 그것이 참다운 아름다움의 추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김익영 작가는 형태를 추구함에 있어 백자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여, 대부분 작품은 백자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사실 백자의 경우에도 다양한 백색이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 색보다는 그 모양에 의하여 다양한 아름다움이 표현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제약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한편 백자가 한국인의 심성에도 맞다는 점 또한 작가가 백자를 중심으로 작품활동을 하는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김익영 작가의 작품에는 제기 모양의 작품이 많습니다. 이는 조형적 측면에서 작가가 추구하는 이상적 디자인이 제기 형태와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도자기가 생활에 사용되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할 때 참된 가치를 가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실용적 측면의 도자기를 의미합니다. 과거 '생활도자'라고 하면 작가들 사이에서 무시 되었지만, 작가는 그 기본 가치를 참된 것으로 여겼습니다. 과거부터 생활도자기로 작품활동을 한 이유입니다. 내가 갤러리가 아니라 우일요라는 도자기 판매점에서 <토전> 작품을 본 것도 이런 측면이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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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전 생활도자기


다음 소장자 추천


문현선 대표를 추천합니다. 아내의 지인이지만, 우리 부부를 미술의 세계로 인도한 사람입니다. 문 대표 집에 걸린 김창렬의 물방울과 김종학의 꽃을 처음 본 감동은 지금도 지워지지 않습니다. 지금도 꾸준히 작품수집과 예술가 후원을 하고 있는 배울 점이 많은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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