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유미 작가는 전통화의 재료와 상징, 특히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들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의 작품은 전통적인 소재와 서양화 기법을 결합하여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해낸다. 작가의 상상력과 일상적 인간의 삶이 작품에 녹아들어 이야기가 풍성한 것이 특징이다. 그는 대갈민화공모전대상(2014), 경향미술대전대상(2007),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2020), 건청궁 명성황후전 병풍제작(2010)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였다. 전통을 소재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작가는 『권순철의 인물화연구』,(2024) 로 명지대 미술사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동 대학원 문화예술대학원 한국미술학과 객원교수로 활동중이다.
이야기(흥미진진), 2021, 53.5×84cm, 닥종이에 채색
경복궁 후문과 마주한 불일미술관 1층 작은 전시실이 북적인다. 외국인 관람객들도 상당하여 작품마다 영문으로 간단한 해설도 달아 놓았다. 전통적인 소재들이 갖고 있는 상징과 작품 속 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관람자들이 많아서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나유미 작가의 개인전 《연(緣)》은 과거로부터 이어지는 현재를 실의 연결로 자아진 자수, 천의 씨줄과 날줄, 삼색의 끈으로 표현한다. 인연을 중시하고 자신과 맺고 있는 관계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작가는 작품 속에서 실로 그려진 선 혹은 자수 느낌의 선들을 통해 서로를 연결하고 추억하고 소통한다.
전시된 작품들은 전통화의 주제인 산신도, 십장생, 백동자도, 화조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하였다. 사람들의 염원을 담은 다양한 상징과 길상의 의미와 함께 작가의 경험, 상상 속 이야기들을 화면가득 풀어놓았다. 그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컬렉션 한 작품들과 어머니가 작업하던 동양자수 작품들을 보면서 성장하여 자연스럽게 전통회화에 스며들었다. 이후 궁중장식화와 민화, 전통 공예품의 재현과 연구를 통하여 전통화의 기법과 색감, 상징 등에서 나타난 한국인의 미적 취향과 정서를 자신의 작품에 담고자 하였다.
60세 자화상 작품 앞에서 나유미 작가
나유미, 60세 자화상, 2022, 106×84cm, 닥종이에 채색
나유미, 척(새들의 왕), 2024, 100×82cm, 닥종이에 채색
<60세 자화상>,(2022)은 산신도를 모티프로 어느새 환갑이 되어버린 작가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맨발로 땅을 딛고 백호위에 신선처럼 앉아 있다. 한손엔 붓, 다른 손엔 장수의 상징인 영지버섯으로 장식한 지팡이를 들고 있다. 자세히 보면 지팡이는 청소기 모양을 하고 있다. 지팡이 윗부분에는 읽어야 할 책, 화구통, 장바구니, 다리미, 엄마에게 드릴 꽃과 휠체어, 반려견이 그려져 있다. 60년을 살아온 화가로서의 삶, 공부, 가사일 등 아직도 자신에게 매달려 있는 많은 것들을 자화상으로 담아내었다.
<척. 새들의 왕>,(2024) 작품은 새들의 왕을 뽑는 달 까마귀 우화에서 모티프를 차용한 것이다. 까마귀는 예로부터 상서로운 새이다. 그러나 까마귀는 자신이 갖고 있는 신성한 힘과 아름다움은 잊은 채 다른 새들의 깃털로 장식하여 뽐을 낸다. 겉모습만을 꾸민 여인의 머리에 그려진 무슨 새인지도 모를 새처럼 타인에게 보여 지는 것만을 중시하는 인간의 허영심을 들여다보게 한다.
<용을 잡는 아이들>,(2025) 시리즈는 토끼가 용을 잡는 이야기에서 가져온 작품이다. 힘센 용이라 쉽지는 않겠지만 용의 더듬이만 잡으면 용을 잡을 수 있다. 그림은 용의 더듬이를 잡은 새와 아이들, 유관순열사가 모두 하나의 실로 연결되어 달까지 간다. 힘을 가진 권력자(용)가 역사를 끌고 가는 것 같지만 힘없는 어린아이와도 같은 민중이 결국 역사를 만드는 주체라는 것을 보여준다.
<봄>,(2017) 시리즈도 흥미롭다. 조각보 모양의 바탕에 화조화나 전통문양을 자수처럼 그려내어 동양자수 작품 활동을 한 작가 어머니의 영향력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자수 느낌의 표현 기법은 작가의 작품 여기저기에 자주 등장한다. 이는 전통과 현대, 과거와 현재, 세대를 잇는 멋진 콜라보다.
나유미, 봄, 2017, 70×74cm, 닥종이에 채색
나유미, 모란도10폭병풍, 2000, 각 140×56cm, 닥종이에 채색
이 외에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인 <모란도10폭 병풍>을 모사한 화려하고 섬세한 작품, 조선시대 화조도 그림 일부분을 가져와 전통색을 살려 완성한 <화조도>,(2023) 등 다양한 이야기와 볼거리로 가득 찬 전시다.
경복궁 후문 건너편에 위치한 불일미술관에서 5월30일까지 진행하는 나유미 작가 전시회에 까치가 들려주는 세상 속 이야기를 호랑이와 함께 들어보자.
‘기억을 담은 색과 선’ 《연(緣)》 나유미 개인전 < 전시 < 미술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