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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덕X최덕 Dec 12. 2019

<열여덟의 순간>이
쏘아 올린 작은 공

남자 배우편

2019년 후덥지근한 여름, 산뜻한 학교 드라마가 등장했다. JTBC <열여덟의 순간>은 미성년자라고 보기 어려운 행태를 일 삼는 금수저 남학생과 사연 많고 눈물 많은 흙수저 여학생의 환상 동화도 아니었고, 입시를 두고 펼쳐지는 암투와 어두운 사회 현실을 고발하는 학교 누아르도 아니었다. 그저 각자의 사연을 가진 평범한 고등학생들이 관계를 맺으며 자신을 돌아보고 함께 세상을 견뎌 내는 휴먼 드라마였다. 주변에 있을 법한 보통의 청소년들이 느끼는 섬세한 감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는 점이 이 드라마의 강점이다. 


그와중 권덕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평범함을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풋풋한 신인 배우들! 과거에는 KBS <학교> 시리즈가 스타들의 등용문이었다면 2019년에는 <열여덟의 순간>에 나온 배우들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뽑아 본, <열여덟의 순간>이 쏘아올린 세 명의 남자 배우- 두둥!


옹성우 (최준우 역)

출처) JTBC <열여덟의 순간> 공식 홈페이지

‘프로듀스101에 성 특이한 걔’ 대신 배우로 등장한 옹성우는 옹성우라기보다는 최준우였다. 배우로서의 옹성우는 이 드라마가 처음이었는데 옹성우는 확실히 완벽하게 최준우가 되었다. 챙겨 먹기에 별 관심없는 여느 남학생처럼 삐쩍 마른 모습에 무심한 걸음걸이, 학교에서나 알바하는 편의점에서나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불려도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마음을 닫은 무표정은 완전히 준우의 것이었다. 게다가 수빈이를 좋아하게 되고 친구들에게 정을 붙이면서 생기는 감정의 균열을 얼굴에 그대로 담아내 주었다. 열여덟의 순간에서 배우 자질을 뽐낸 그가 다음엔 어떤 캐릭터로 이 덕후의 마음을 두드릴지 몹시 기대 중이다. 

님, 배우 계속 해주세요. 


신승호 (마휘영 역)

출처) JTBC <열여덟의 순간> 공식 홈페이지

앓다 죽을 그 이름, 마휘영. 권덕은 드라마를 보는 내내 “휘영아~~~~~~!” 하며 앓아 누웠다. 신승호는 이미 하이틴 웹 드라마 <에이틴>에 출연해 십대들 사이에서 이름을 날린 배우였다. 선이 굵어 무표정이면 다소 무서운 얼굴에, 수빈이한테만 보이는 진심의 미소가 그려지면, 권덕의 마음은 속절없이 흔들렸다. 준우와 척을 진 소위 악역을 맡았지만, 완벽함을 강요받는 속아픈 열여덟으로 나온다. 선생님과 동급생에게는 자낳괴스러운 미소와 입발린 말을 늘어놓다가도 초우등생 콤플렉스와 스트레스로 손목을 사정없이 긁는 휘영이의 위선과 분노, 욕망, 슬픔을 신승호는 짙은 얼굴에 실어 보였다. 권덕 마음 찢어져~! <열여덟의 순간> 이후의 신승호는 넷플릭스 <좋아하면 울리는>에서 만날 수 있는데, 여기서는 또 유도와 조조밖에 모르는 단순무식 운동부 고딩 일식으로 등장한다. 일식아~~~~~~! 

권덕의 앓아 누움은 끝나지 않는다.


김도완 (조상훈 역)

출처) JTBC <열여덟의 순간> 공식 홈페이지

<열여덟의 순간>이 특별했던 것은 캐릭터들이 단순히 착한 역과 나쁜 역, 주인공과 조연으로 양분되지 않았다는 것인데, 물론 이야기가 주로 다루는 캐릭터가 있고 그렇지 않은 캐릭터가 있었지만 캐릭터를 놓고 보면 각자의 서사에 맞는 성격을 잘 녹여내 보여줬다. 이런 특별함은 특히 조상훈의 존재가 빛내 주었다. 타고난 머리로 노력파 휘영이를 위협하지만 아버지의 지위 때문에 한계에 부딪히는 상훈. 자신은 순식간에 맞힌 문제를 틀린 휘영이를 놀리는 상훈의 표정은 얄밉지만, 능력만큼의 야망을 갖고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그를 미워만 할 수 없었다. 휘영의 약점을 알면서도 준우를 힘껏 도와주지 않는 것이 답답하지만, 그 누구의 편도 아닌 그저 자신의 편인 상훈이를 보고 있으면 캐릭터들을 넌 나쁜 놈! 넌 좋은 놈! 으로 나누는 게 별 의미 없어 보인다. 그런 조상훈 캐릭터를 짝눈과 비뚜름한 미소로 표현한 김도완 역시 주목할 만하다. 김도완은 최근 KBS <드라마 스페셜 2019> ‘사교-땐스의 이해'에서 몸만 좋은 마초 복학생 역할을 맡았는데, 다소 야비해 보이는 특유의 표정을 살려 캐릭터를 소화해 냈다. 

현재 권덕은 김도완의 인스타를 팔로우하며 동태를 살피는 중.



요즘에는 드라마 시청자들도 드라마 속 배우의 연기가 온전히 배우만의 몫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탄탄한 스토리와 감독의 연출력, 적절한 디렉팅이 받쳐 줘야 배우의 연기가 온전히 빛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받쳐 줘도 배우의 연기력이 부족하면 다 허사인 것을 우리는 더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미묘한 표정 변화와 작은 행동들로 고등학생의 섬세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준 신인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권덕은 드덕 촉수를 예민하게 곤두세우고 그들이 출연할 다음 드라마를 기다려 본다. 


2019년 12월 10일

by 권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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