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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 Hyun May 11. 2018

라벤더

흔들리는 보라색 꽃잎들이 켜켜이 쌓여 흐드러지게 아름다운,

 식물들은 그 고향을 떠올려보면 캐릭터를 엿볼 수 있다. 지중해 연안 출신의 라벤더는 뜨거운 햇볕과 바람이 있으면 잘 자란다. 많은 허브류들이 그렇지만 특히 라벤더는 과습에 취약하다. 흙이 건조한 듯 직광에서 키우면 잘 자라는 라벤더는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장마철만 잘 버티면 라벤더는 다 키웠다 한다.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프로방스는 보랏빛으로 가득한 라벤더 필드로 유명하다. 이 곳은 세계 최대의 라벤더 생산지로 갈리마르(Galimard), 프라고나르(Fragonard) 등의 유명 향수 브랜드들의 공장이 위치하고 드라이 라벤더로 늘 디스플레이를 채우는 록시땅(L'Occitane)의 본사도 이 곳에 자리하고 있다. 매 해 6월 말에서 7월 중순에는 찬란한 라벤더 투어를 할 수 있다.

영화 <파리로 가는길, 2016> 중에서


세계적으로 라벤더의 종류는 이루 셀 수 없이 많다고 하지만, 한국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종류는 프렌치, 잉글리시, 마리노, 피나타 그리고 스위트 라벤더 이렇게 다섯 종류가 주를 이룬다. 잎과 꽃 모양으로 구별한다. 잎은 우선 갈퀴(?)가 있는지 없는지로 한번 가늠한다.

라벤더의 종류, 왼쪽부터 프렌치-잉글리시-피나타-마리노-스위트 라벤더. 필자 그림

프렌치와 잉글리시의 잎은 매끄러운 일자 모서리를 가졌다.

프렌치는 피어나는 꽃잎이 꽃 머리 위에서 펼쳐지고, 잉글리시는 꽃 알마다 꽃잎이 퍼져 나와 둘의 모양이 서로 아주 다르다.

 반면에 마리노, 스위트 라벤더의 잎에는 살짝 톱니가 있다. 이 중 톱니가 끝쪽에 7개 미만이면 스위티, 그보다 많으면 마리노 라벤더로 구분할 수 있다. 반면 피나타 라벤더는 마치 쑥처럼 이파리가 확연히 다르게 생겼다.


영화 <나우 이즈 굿, 2014> 중에서

영화 <나우 이즈 굿, 2014>에서 남자 주인공 아담의 정원이 나온다. 시한부인 테사와 아담이 서로 호감을 가지고 편안하면서도 설레는 대화를 이어나가는 이 정원. 다양한 보랏빛 식물들의 빛깔과 싱그러움으로 향기가 나는 장면 속 아담의 오른손에 들려진 저 짙은 보랏빛의 화분이 프렌치 라벤더이다. 걸음의 흔들림에 라벤더 꽃대가 곧고도 하늘 하게 흔들리는 모습이 그들의 대화만큼이나 예뻤다.


라벤더 씨앗에서 새싹까지, 필자그림

라벤더는 발아율이 50%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파종해보면 훨씬 낮은 느낌이다. 때문에 파종보다는 가지 끝을 잘라 물이나 흙에 꽂아 뿌리를 길러내는 삽목으로 주로 늘려간다. 우선 발아가 되면 허브류여서인지 바질이나 깻잎과 비슷하게 쌍떡잎이 나오고 그 이후로 나오는 잎모양이 꽤 라벤더 잎처럼 보인다.

라벤더는 5월 말부터 늦은 가을까지 개화한다. 장마철을 제외하고 초여름과 초가을 즈음에 라벤더들이 자라는 속도는 식물 키우는 맛을 늘린다. 매일 새순을 내고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모습을, 무엇보다 햇빛 아래 찬란한 보랏빛들을 반짝이는 모습은 라벤더를 포기할 수 없게 한다.


다른 식물들과 마찬가지로 겉흙이 마르면 물을 흠뻑 준다. 다만 다른 식물들보다 습기에 유의하고, 필자와 같이 밖에서 키운다면 장마철에는 꼭 비를 피해 주어야 한다. 경험상 이틀 이상 연속으로 (장마) 비를 맞히면 꽃들이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고 과습으로 힘들어하기 시작한다.


필자가 키우고 있는 잉글리시 라벤더, 작년 여름 아침의 모습.


*라벤더가 고개를 숙이는 이유

1. 과습 - 이 경우 바람이 잘 통하는 곳으로 옮겨주고 물을 말려준다.

2. 한여름 뜨거운 햇볕 - 한여름의 한낮에도 고개를 푹 숙인 라벤더를 보게 되는데 그 모습이 장마철의 과습 때와 모양새가 너무 비슷하다. 오전에 물을 줬는데도 불구하고 고개를 숙였다고 물을 계속 들이부어주었다가는 과습으로 가기 쉬우므로 저녁때까지 기다려보거나 그늘진 곳으로 옮겨준다.


과습에 유의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통풍이다.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라벤더는 그렇지 않은 화분보다 몰라보게 건강해진다.


Lavender Fields, Oil on canvas, Claude Monet

그림만큼이나 정원 가꾸기를 즐겼던 모네도 라벤더에 매료되었던 모양이다. 그의 유명한 그림 중에 라벤더 빛깔로 아름다운 작품이 있으니.


'Lavo' - '씻다'라는 의미의 라틴어에서 유래된 라벤더는 그 그윽하고 진한 향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목욕제로 쓰여왔다고 한다. 90cm까지 자라는 라벤더는 프랑스에서 울타리를 따라 조경수로도 많이 심겼는데, 예전엔 빨래를 이 울타리를 따라 난 라벤더 위에 널어 말렸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라벤더향 섬유유연제를 쓰는 것과 같은 이유로.


영국의 자장가로 17세기부터 전해 내려오는 'Lavender's Blue'라는 노래로 마무리한다.

https://youtu.be/NoZqw_qy7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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