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법’과 ‘작동하는 법’ 사이의 간극
※ 이 글은 브런치 시리즈 〈기후는 정치다〉 중 4편입니다.
선언은 많지만 체감은 없다.
정책은 있는데 왜 현실은 그대로일까?
환경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묻습니다.
환경 관련 법과 계획은 이미 많다.
탄소중립기본법, 자원순환기본법, 대기환경보전법, 녹색성장 5개년 계획…
한국은 기후위기 대응을 ‘제도화’하는 데 꽤 빠르게 움직인 편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법은 계속 생기는데, 왜 일상은 잘 바뀌지 않는가.
대표적인 사례가 2021년 제정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다.
2050년 탄소중립을 국가 목표로 선언하고, 기후영향평가·탄소예산제 등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이 법을 기억하는 시민은 많지 않다.
그보다 중요한 건, 이 법이 뭔가를 바꿨다는 체감도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
이유는 단순하다.
한국의 환경 법·제도 중 상당수는 “실행을 강제하지 않는 선언형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노력한다.”
“사업자는 권고를 따를 수 있다.”
“관계 부처는 협의하여 추진한다.”
문장은 그럴듯하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방식으로 쓰였다.
그래서 법이 생겨도 현장은 움직이지 않고,
책임은 분산되고, 결과는 흐려진다.
또 하나의 문제는 ‘있기만 한 계획’들이다.
지자체마다 기후위기 대응 조례는 존재하지만,
예산이나 조직, 집행 권한은 없다.
결국 조례는 보고서로 끝나고,
5개년 계획은 부처 내부용 문서로 전락한다.
“법이 있으니 다 됐지”라고 말하지만,
정작 정책의 수명은 “집행 여부”에 달려 있다.
이제는 ‘작동하는 법’을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종종 ‘법이 있으니 진전됐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민이 묻는 건 “그래서 뭐가 달라졌느냐”다.
진짜 변화는 문구가 아니라 구조,
의지가 아니라 기능에서 나온다.
기후위기에 맞서는 법은
“말이 아니라 움직이는 문장”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법은 반드시 다음 두 가지를 전제로 해야 한다.
1.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는다.
2. 그 법이 실행되도록 돈과 조직을 붙인다.
정치는 법을 만들었지만,
현장은 여전히 ‘그 전과 같은 세계’에 머물고 있다.
바뀐 것은 정책 보도자료의 문장뿐이었다.
환경정책이 이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구호가 아니라, 더 작동하는 구조다.
그 구조는 법을 넘어서야 한다.
아니, 법을 ‘살아 움직이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