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온도 vol.11

함께 걷는 기억의 길목에서

by 꿈의복지사

� 2025년 8월 7일 (목요일)
� 오늘의 날씨: 가을의 문턱(立秋)


� 오늘의 기억

점심식사 후 쉬는 시간, 원장이 어슬렁어슬렁 거닌다.
우리 어르신들, 웃으며 쳐다보신다.

“아따, 원장님 색시처럼 이쁘게 해서 다니네.”
“껄렁껄렁, 논팽이 같지 않아요?”
“머리띠 이쁜 거 했네.”
“앞에 걸어가면 아가씬 줄 알고 쫓아가다가 앞에 보고 놀라겠네~”
“ㅎㅎㅎ, 앞에 보고 한 대 맞는 거 아닌가요^^”

오늘 점심 준비하면서 긴 머리카락이 성가셔 헤어밴드를 하고 일했는데,
그걸 깜빡하고 계속 쓰고 돌아다녔더니 어르신들이 관심을 가져 주신다.^^

기억은 흐려졌지만, 관찰력은 여전한 우리 어르신들.
그리고 원장이라 해도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말을 걸어주는 분들이다.
그 따뜻함과 총기가 오래도록 함께하길, 식곤증이 밀려오는 시간, 잠시 기도해 본다.




� 기억의 대화

경상도 어르신들, 남자도 그렇지만 여자 어르신들 목청은 1등 하라면 하지, 2등은 안 하실 듯하다.

책상에 앉아 업무를 정리하다가, 깜짝 놀라 창밖을 본다.

“니는, 아니라마 아니지 뭐 그래 따지나.”
“허허, 맞다카이~”

혹시 싸움이 났나 싶어 어르신들 곁으로 가본다.

“원장님, 여 와 보소.”
“이 언니 자꾸 씨아대네. 아니라카이, 맞다고! 이해를 못 한다니깐요.”
“여기, 이거 충전기 원장님이 설명 좀 해주소. 내 말 안 듣는다.”
“아따, 싸우는 줄 알았네. 목청이 얼마나 큰지~”
“우리가 싸우긴 왜 싸우노~ㅎㅎ”

사연인즉, 휴대용 선풍기 충전 케이블 문제로 소통이 되지 않아 목소리만 높아졌던 것.

목청이 크다 보니, 하루에도 몇 번씩 놀라는 우리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건 ‘싸움’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애정이 담긴 큰 목소리다.

그 안에 담긴 진심과 정을,
나는 얼마나 더 살아야 깊이 이해하게 될까...




� 같이 걷는 사람들

나는 오늘도 마늘을 깐다.
‘내 뭐하꼬’가 아니라,
이제는 눈치껏 모자람을 채워주는 일이 자연스럽다.
모두가 그렇게 하나가 되어간다.

열받는 일, 짜증 나는 일
모두 여름에 남겨두고 가을로 넘어가 보자.
**오늘은 입추(立秋)**이니까…




� 기억노트

⁍ 애정은 목소리 크기에서도 나온다.
속삭임이 아닌 큰 목소리로 서로의 정을 표현하는 순간,
기억학교 어르신들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시간이다.

⁍ 입추(立秋).
여름 더위는 뒤로하고, 시원한 계절로 함께 걸어가 보자.

⁍ 원장 아가씨...?
머리띠를 한 모습에 관심과 웃음을 보여주는 어르신들.
함께 있음에, 함께 웃음 지을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는 하루였다.


■ 흐려지는 그들이 기억을 기억해주는 이들이 있기에 오늘도 행복합니다.

이곳은 경증치매 어르신들이 다니는 '기억학교'라는 곳이다.나는 그곳에 사회복지사로 종사하고 있다.어르신들의 아름다운 노년, 좋은 기억을 마음속에 가두고 살 수 있도록 하고 싶다.하루하루 어르신들과 일상과 삶을 주위 이웃들과 나누고 싶다.치매를 나는 "아름다운 구속"이라고 나 스스로 칭하는 사람이다. 좋았던 기억만 안고 살아가실 어르신들 그 안에 하루의 일상을 나누려 한다.일상 하루하루가 아름다운 하루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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