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온도 vol.15

낯섦이 익숙함이 될 때

by 꿈의복지사

� 2025년 8월 13일 (수요일)
� 오늘의 날씨: 가을로 가는 익숙한 바람

낯섦이 익숙함이 될 때


� 오늘의 기억

점심을 맛있게 먹고 식곤증이 몰려오는 시간.
나도 졸림을 핑계로 잠시 눈을 붙일까 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어르신들 쪽으로 향했다.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는 무리, TV <인간극장>을 시청하는 무리 사이,
유난히 눈에 띄는 한 어르신이 있었다.
마치 자기 집 거실에 있는 소파처럼 편하게 누워 계신 모습.

혹시 불편한 건 아닌지 확인하려고 다가가 말을 걸었다.

“할매, 집이네~ 집 거실에 누워 계신 것처럼 주무시네?”
“어, 집이라. 편하고 좋네~~~”

옆에 계신 남자 어르신도 한마디 거든다.

“이 여사 팔자가 좋아~ 대(大)자로 누웠서 자네.”

낯섦이 익숙함으로 바뀌는 순간,
우리는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린다.
평생 모르고 지내던 사람들과 함께하던 첫 만남의 어색함은 사라지고,
이제는 눈빛 하나로도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함께 웃고, 함께 침묵하며, 서로의 하루 속에 자연스레 스며드는 시간.

그래, 그렇게 가는 거다.
하루하루를 놓지 않고, 하루하루를 흘려보내며.




� 기억의 대화

집에 가기 전, 늘 입구에 제일 먼저 나와 있는 어르신이 계신다.
귀가 어두워 보청기를 끼고 계시지만 대화에는 무리가 없다.

“농띠 할매, 오늘도 1등 나가려고 제일 앞에 와 있네.”
“아니야~^^”
“할매, 기억학교 재미없어요? 집에 갈 때 되면 제일 앞에 있고.”
“뭐 그래… 집에 있으면 심심하니까 학교 나오지.”
“에이~ 재미있으니 나오겠지.”
“뭐 그것도 그래, 집에 있으면 지여버(‘지겹다’ 경상도 사투리)”
“맞아요, 그러니 거동되면 나와요. 집에서 지여버 하지 말고^^”

짧은 일상의 대화지만, 무뚝뚝한 말투 속에도 웃음이 남아있다.
그 웃음 안에 학교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내일도, 모레도, 할매는 나오실 거다.




� 같이 걷는 사람들

요즘 어르신들 쉬는 공간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가장 중요한 소파.
시설이 만들어질 때는 열악한 환경이라 후원받거나 중고로 들인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제는 보릿고개가 지났으니, 꽁보리밥이 아닌 쌀밥 정도는 먹어도 되지 않을까.
어떤 소파를 구매하면 좋을지, 세심하게 어르신들을 위한 고민이 이어진다.

하루하루 같은 일상 속에서도 새로움을 준비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동료들이 있다.
그대들이 있어 어르신들의 하루는 더 빛난다.

세심함이 만들어낸 어르신들의 공간,
새로움에 정면 돌파하는 동료들.
그 세심함과 추진력이 있어 기억학교는 늘 빛난다.




� 기억노트

⁍ 기억학교의 하루가 집처럼 편안함을 선물한 시간 —
“할매 여기 할매 집이라.” “어, 집이라.”
⁍ 어설픈 표현보다 웃음 하나로 애정을 전하는 마음
⁍ 세심함과 두려움이 없는 조직 — ‘어르신들을 위한 것이면 무엇이든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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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려지는 그들이 기억을 기억해주는 이들이 있기에 오늘도 행복합니다.

이곳은 경증치매 어르신들이 다니는 '기억학교'라는 곳이다.나는 그곳에 사회복지사로 종사하고 있다.어르신들의 아름다운 노년, 좋은 기억을 마음속에 가두고 살 수 있도록 하고 싶다.하루하루 어르신들과 일상과 삶을 주위 이웃들과 나누고 싶다.치매를 나는 "아름다운 구속"이라고 나 스스로 칭하는 사람이다. 좋았던 기억만 안고 살아가실 어르신들 그 안에 하루의 일상을 나누려 한다.일상 하루하루가 아름다운 하루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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