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잔여사 Mar 27. 2024

DMV 정말 느린가요?


당근! 이라고 일단 말하고 시작하고 싶다. 좀처럼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 양반인 울 신랑도 DMV에 대해서는 완전 짜증을 여 러번 낸 것으로 보나 다녀온 여러 한국 분들이 한숨을 많은 쉬었던 것으로 보나, 여기는 정말 강적이다. 


  혹시 애니메이션 주토피아를 본 사람이 있는지? 


오래전에 봤던 지라 내용을 많이 잊어 먹었으나, 대략 기억나는 것은 주인공 토끼 쥬디가 (머리도 좋고 재빠르고 귀여우나 동물의 세계에서는 약한 축에 들다 보니) 경찰이 되어 겪은 시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진정 인정받는 경찰이 되는 그런 스토리였던 것 같은데, 거기서 다른 것은 몰라도 빵 터져서 웃었던 장면이 기억이 난다.  쥬디가 서류가 필요해 DMV (Department of Mobile Vehicles - 차량국) 를 방문했었나 싶은데, 거기서 일하는 모든 동물들은 나무늘보고 그들이 서류에 도장 하나 찍는데 하루 종일 걸리는 그 장면…..그 당시는 DMV의 특징이나 DMV에 대한 평판을 몰랐으니 그냥 나무늘보가 너무 느린 것이 그냥 웃겼는데, 면허증 만들기, 시험 보기, 면허증 갱신 등 때문에 DMV를 몇 번 방문해 보니 왜 그 애니메이션에서 나무늘보를 DMV종사자로 선택했는지 딱 알 것 같았다. 그 애니 감독님들 대단한 인사이트가 있는 사람들이다.  


                                    주토피아 DMV 장면 (출처 : Disney Youtube)



  서류 진행하다가 조금만 복잡하거나 예외의 케이스가 나오면 본인은 처리할 수 없으니 제일 처음에 만난 분 (이분이 첫 번 째 창구서 뭘 해야 하는지 알단 가이드는 주신다! 적어도 이 분은 시스템을 모두 꽤고 있는 것 같고, 첫 번 째 screening을 잘 하셨다 ) 께 다시 가라고 하고, 중간에 정보를 잘못 알려줘서 DMV내에서 몇 바퀴 돌기를 반복 시킨 적도 있다. 예를 들어, 당시 미국 들어간 지 얼마 안되어서 SSN (social security number) 를 아직 발급 못 받은 상태였는데, 이게 없음 면허증 신청이 안된다고 했다. 근데 이걸 가장 마지막 단계에 가서 컴퓨터에 입력할려니 안 된다고 처음부터 다시 하란다. 그럼 왜 우리 신랑은 된거냐 했더니 자기는 모르겠단다. 나중에 여러 정보를 조합해 분석해서 보니 내가 Real ID 기반의 면허증을 신청을 해서였다. Real ID 신청했음 SSN 넘버가 개인 신상에 같이 포함이 되어야 하는 정보였던 거고. 아니 이런 건 처음부터 체크해야 하는 기본 포인트 아닌가? 한국 같았음 난리가 났겠다. 공식 웹사이트에서 나와 있는 정보도 아니고 여간 당황스러운 것이 아니였다. Real ID 도입 자체가 새로운 시도여서 프로토콜을 다 못 외웠을 수도 있으나, 그럼 확인을 해 보면 되지 않나? 그냥 앞으로 가서 물어 보란다. 자기 시스템에서는 안 된 단다. 


   미국에 처음 가서 행정 관련 오피스는 SSN 발급 사무소하고 DMV 두개 밖에 방문 안 했다 보니 손과 발이 빠르고 바로 대응해 주는 SSN 발급사무서와 현저히 비교되어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으나 , 정말 시스템이 좋아도 많은 부분이 사람이 기입하고 확인해야 하다 보니, 그냥 느려지게 되는 것 같았다. 또한 마지막 단계서 나 보고 다시 처음 단계로 돌아가라고 했던 담당 공무원 언니는 전체 손톱에 fake 손톱 한 3cm 짜리를 붙여서 타이핑도 어려워 독타로 내 이름과 주소를 한 5분 치고서는 한다는 말이, “너 그거 아니? 우리 DMV가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빠르고 일 잘하는 곳이야!” 라고 급 자랑을 하는데, “ 아 그렇구나! 왠지 그런 것 같더라!”.....라고 내가 답을 해 버렸다. 25년간 직장 생활을 통해 연마해온 나의 오버리액션이 너무 자동으로 이런곳에서 통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아! 이 언니, 그때 독타 치고는 갑자기 목 마르다고 텀블러 들고 어디로 사라지더니 정확히 8분 뒤에 자리로 왔다. 난 그 동안 그냥 창구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 뒤쪽에 의자가 있었는데 가서 앉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주변 많은 분들이 "미국에서 행정일 때문에 관공서 방문하면 속 터질꺼예요!" 라고 다들 미리 충고를 주시긴 했는데, 속 터지는 것은 그렇다치고, 시간이 너무 너무 아까웠다. 내가 보기엔 미국 관공서에서의 전반적인 느림은 정책, 절차 등의 문제라기 보다는, 전문성이 약간 미흡한(?) 사람들이 일 처리를 완벽하게 하지 않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고, 또한 담당 케이스를 끝까지 책임지고 처리하고자 하는 서비스 정신이 없어서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건 꼭 관공서만의 문제는 아니고 큰 기업의 CS 센터 연락을 해 봐도 50%이상의 직원들이 상담을 하다가 (게다가 개인 정보도 다 남기고 이야기를 10분 이상 했는데도) 신호이상 등으로전화가 중간에 끊어지면 신경 끈다. 


  Professionalism & Customer First 는 어딜가나 진리일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운전면허증 또 따야 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