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잔여사 Mar 27. 2024

골린이의 세계!

  샌디에고로 출국 1년 반전 쯤 신랑에게 골프채와 인도어 레슨 및 연습권을 선물했었다. 큰 돈 썼다. 미국에서 취미로 골프 치기에 , 한국보다 훨씬 싸고 접근성도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이 나이 들어가면서 부부가 같이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운동(?)중 하나가 골프라는 이야기에 공감이 되면서 신랑이 일단 골프를 시작하게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었다. 게다가 본인도 시작을 해 봐야 가끔 골프 치러 가는 나의 마음을 이해하고 눈치를 안 주겠지 싶기도 했고.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주말에 간 적도 없음에도 골프치러 새벽에 나가는 나에게 상당한 눈치를 주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반은 영업용이지만 반은 나름 간만에 좋은 공기 마시며 세상이 아름답다라는 것 정도는 느끼고 살아야지 싶어서 골프장으로 간 것이기에,나 스스로도 반 정도 눈치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왠걸, 지금은 신랑이 더 열심히 더 잘 친다. 신랑이 골프를 즐겨하는 것은 좋지만, 잔디밥을 더 먹은 나보다 score가 나보다 좋다는 것에 대해서는 기분 과히 좋지 않다. 


   샌디에고에는 PGA/LPGA 경기가 열리는 “토리파인 골프클럽”으로 유명한 골프장도 있지만, 샌디에고 시에서 관리하는 시립 골프장도 2개나 있어서 resident card만 있으면 정말 저렴한 가격에 골프를 칠수 있다. 카트를 타냐 안 타냐에 따라 35~50 달러 정도를 하니 한국에 비하면 정말 저렴한 편은 맞다. 토리파인을 제외하고 나머지 2개 골프장은 예약도 뭐 그리 어렵지는 않아서인지, 골프장을 가보면 한국 분들 상당히 많으시니, 한국에서 치는 건지 미국에서 치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 시립 골프장 말고도 대중에게 오픈이 되어 있는 public 골프장들*도 많다. 

(* 10개 이상 되는 퍼브릭 골프장 리스트들과 그곳들의 위치, 실 경험 이후 느끼는 장단점 들은 신랑이 제공해 주기로 했으니 이후 개인 블로그에 따로 올려보겠다. 철저하게 90대 초반 치는 보기 플레이어가 개인적으로 평가한 것임을 기억하시고 맞다 안 맞다 코멘트 달기 없기다.) 아참, 캐디가 없다. 스스로 라이와 방향, 거리를 봐야 하니 어려운 만큼, 실력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미국 골프장을 가보면 한국에서 볼 수 없는 광경이 몇 가지 있다. 

  첫 번 째는 70~80대 silver age 그룹의 어르신들이 많다는 점이다. 여긴 캐디도 없으니 본인이 클럽을 들고 다니면서 알아서 치고, 공을 찾아야 한다. 실제 쳐 보면 정신없이 바쁘다. 또한, 분명히 공이 떨어지는 방향과 장소를 눈으로 확인하고 갔는데도 잔디가 깊어서 공이 안 보일 때가 정말 많아 상당 잘 치시는 분들도 어이없이 공을 잃어버릴 때가 있다. 그런데 어르신들이 그 무거운 백을 짊어지거나 푸쉬 카트로 밀고 다니시면서 공도 안 잃어버리시고 잘 치신다. 스윙 자체를 보건데, 소위 말하는 Image training을 안 받으신 듯 하나 정말 따박 따박 앞으로 잘 굴러간다 . 골프가 확실히 대중적인 취미임을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멋있는 스윙도 중요하지만 정확도를 더 따지시는 것 같다. 


   두 번 째는 Marshall 이라고 하는 Ambassador들이 있다. 이 분들의 역할은, 골프장의 smooth한 운영을 위해, 시간을 너무 지체하는 팀에게 시간 내 치라고 쪼시는(?) 작업, 골프장 내 빈번하게 발생하는 lost item에 대해 열심 관리, 그리고 첫 번 째 홀 옆에서 그날의 골프 시작을 기다리는 골퍼들에게 시작하는 시점을 알려주시는 작업을 주로 하신다. 한국에서는 캐디들이 무전기로 서로 연락하면서 시간 관리를 하는데, 여긴 캐디가 따로 없다 보니 마샬 분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뭐 그렇다고 해서 굉장히 강요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동네 친근한 할아버지들이 슬슬 운동 삼아 취미 삼아 volunteer로 하시는 소일이라 인사 잘하고 뭐라고 하시면, Yes Sir하면 서로 편하고 좋다. 아 들은 얘기로는 volunteer다 보니, 따로 월급이 있거나 하진 않고, 골프장을 가끔 무료로 이용하실 수 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울 신랑, “요즘 한국도 캐디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니, 한국 돌아가서 은퇴한 이후 골프장 Marshal 하면 좋을 것 같아” 라고 한다. 그런 자리가 있고 신랑이 하겠다고 하면, 말리진 않을 예정이다. 


   세 번 째는 잔디가 적어도 내가 경험했던 한국 잔디하고는 많이 다르다. 기술적인 차이까지 비교해서 말하기에는 어렵고, 골린이로서 이렇게 밖에 말을 못하겠다. 일전에 평균 80대 초반 (핸디캡 +5정도신 분)  치는 회사 동료가 양잔디와 조선잔디의 차이점을 열심히 설명 했었었 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는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몰랐었는데, 실제 쳐 보니 차이점을 알 수 있었다. 미국서 내가 가는 골프장 대부분 (지금까지는 100%)은 양잔디로서 잎이 가늘고 부드러우며 밀도가 높은 잔디인데, 잔디가 얇고 부드럽다 보니 공이 지면에 붙어 있는 느낌이랄까? 공이 잔디 위에 떠 있다고 생각하면 살짝 겉어 내듯이 쓸어치면 되지만, 이 양잔디는 쓸어쳤다가는 공의 헤드에 맞거나 소위 말하는 뒷땅이 쉽상이라, 확실히 딱 찍어치는 스윙으로 임팩트를 줘야 하는 것이 방법이라 하겠다. 미국서 열리는 LPGA나 PGA 경기를 보시면 fairway 내에서 아이언으로 찍어서 스윙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을 텐데, “잔디 상하게 왜 저렇게 치는 거지?” 라고 궁금 했었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렇다 보니, 보통 거리에 맞는 아이언보다 한클럽 더 크게 잡고 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 골프장의 경우,  80% 정도가 조선 잔디로, 여름철에는 정말 파릇파릇하고 관리도 쉬운 편이며, 생명력도 질기다고 한다. 골프 치시는 분들은 조선 잔디라고 부르신다고 하나 나도 그렇게 불러보겠다. 잔디 자체가 잎이 길고 굵으며 뻣뻣해서, 공이 잔디에 잘 떠 있어 쓸어치듯이 공을 컨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 또한 뒷땅을 쳐도 골프채가 바로 빠지기 때문에 회복도 빠르고, fairway내에서 약간 쓸어치듯이 치는 샷은 굉장히 유리한 듯 하다. 여성 분들의 경우, 아이언으로 스윙시 자체 무게나 임팩트시 가해지는 압력으로 아이언을 부담스러워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나도 그렇다, 조선잔디에서는 우드나 하이브리드로 잘 쓸어치면 상당한 거리도 챙길 수 있으니 조선잔디를 많이 선호할 수 밖에 없는 것 같고 한국에서는 뭐 골린이는 당연히 조선잔디를 골라야 유리할 듯 하다.  


   그러나 여기 샌디에고 있는 동안은, 양잔디라도 골프장 자체가 싸고 접근성 좋으니 군말없이 그냥 감사하면서 열심히 치러 다녀야겠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는 어떻게 80대 들어가봐야 할 텐데......


작가의 이전글 DMV 정말 느린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