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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여사 Mar 27. 2024

미국에서 만난 해태!

  한국에서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해태 타이거즈 구단을 모르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나의 경우, 야구 자체를 좋아 했다기 보다는 전형적인 스타 플레이어를 따라 아무생각 없이 야구를 보았던 10대였는데 당시 나의 우상은 해태의 선동렬이였다. 뭐, 객관적으로 내 입장에서 보면, 잘생긴 얼굴은 아니였으나 귀여운 외모의 파워풀한 그 투수가 어찌나 멋있어 보이던지 야자 때문에 긴 야구 경기를 보진 못했지만 (당시에는 채널이 많지 않아 TV에서 많이 볼 수도 없었다) 야자 이후 집에 와서 거의 12시가 다 되어서 해 주는 스포츠 하이라이트를 보면서 야구 순위를 챙겼었다. 당시 해태는 바닥에서 시작해서 선두권까지 올라갔기에 매일 경기 결과를 체크하는 재미가 좀 있었던 것을 나는 기억한다. 

  그리고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1997년 IMF crisis를 거치면서 모기업이였던 해태라는 기업은 도산을 하였고, 한국 본사는 크라운( 카라멜 콘과 땅콩/ 짱구라는 과자로 유명한!) 이라고 하는 기업이 인수를 했다. 그러다 보니 야구팀도 KIA에 넘어가게 되어 지금은 광주를 기반으로 하는 야구팀은 기아타이거즈이다. 내가 아는 한 지금도 야구장에 기아 경기가 있을때 가보면 해태 때의 그 역사를 잊지 못하는 분들이 예전 해태 타이거즈의 옷을 입고 와서 응원을 한다. 나도 해태 잠바가 있다……

  우리의 역사 속에서 사라진 것으로 보였던 그런 해태를 미국 H mart에서  만나서 깜짝 놀랬다. 

한국 수입 밀가루를 쓰다가 로컬꺼 한번 써 볼까 싶어서 이리저리 진열장을 뒤졌는데, 한 제품에 해태라는 한국어가 떡하니 있어서 누군가 예전 해태를 그리워해서 미국에서 기업을 차렸는데도 이름을 이렇게 지은 건가 하면서 넘어 갈려고 했는데, 회사 로고가 아무리 봐도 내가 알던 그 해태인 것 같아서 바로 구글링을 했더니 세상에 내가 알던 그 해태가 맞다. 로고는 약간 단순화 된 이미지지만 그래도 언뜻 보기에는 같이 보인다. 

   IMF 영향으로 해태라는 기업이 도산을 맞이했을 때 당시 한국에 있던 공장을 비롯한 사업체 그리고 브랜드들을 크라운으로 넘기는 M&A에 과정에 ,미국 법인은 그를 운영했던 대표와 직원들이 해태 미국 법인을 독립 법인으로 만들어, 해태의 브랜드와 사업 명맥을 이어왔다고 한다. 1,500여종에 달하는 해태 제품들과 함께 크라운 제과의 대표 과자, 커피와 차를 주력으로 하는 음료 기업 동서식품, 통조림 가공 식품으로 유명한 펭귄, 골뱅이 통조림의 대명사 유동 등의 미국 총판 사업도 겸하고 있다 보니, 많은 한국 브랜드들이 해태의 유통망을 통해서 미국 내 한인과 그 외 한국 식재료를 좋아하는 외국인들에게 보급이 되고 있다. (참고자료 : http://www.koreatimes.com/article/967027)

  본사가 인수가 되어 없어지는 상황에서 해외 지사가 독립 법인이 되어 기존 사업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사업 영역까지 확장해서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는 상황을 보니, 최근의 휠라 코리아가 역으로 이태리에 있는 휠라 본사를 인수한 것도 생각났다. 외국 기업의 한국 지사에서 지난 20년간 일해 오면서, 한국 시장이 크지 않아 appeal할 것이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한국이라는 나라를 전략적인 test bed로  positioning 많이 했었는데, 시장을 크게 보고 주도할 생각을 하지 못한 것 같이 이 부분은 살짝 부끄럽다. 해태 미국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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