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Chapter5 멈추어 버린 시간
남편이 이혼을 요구했을 때 그녀는 생각하였다.
‘아들이 떠났을 때, 남편을 따라 갔다면, 어쩜 아이가 하나 생겼을지도, 그랬으면 지금과는 사뭇 달라졌을 거야.' 그녀와 남편 사이는 호적 외에 부부로서 연결고리가 없었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지, 일 년에 몇 번을 살을 맞대었다고, 아이를 가질 수 있었을까.' 어린 나이에 시집와 긴 세월 부부라는 연(緣)을 만들었지만, 과연 함께한 세월은 얼마나 될까,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충분한 부부생활은 하였을까, ' 그녀는 스스로 끓임 없이 반문하였다.
그녀는 부부 관계하는 것이 이젠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첫날밤을 지내며, 순결한 몸을 내어주고 난 통증, 그것만이 기억에 남았다. 남편에게서 아이를 본다는 것은 두 사람의 관계로는 불가능했다. 집에 오는 날도 불규칙하였고, 어떤 때는 월 손님이 오셨으니 또 건너뛴다. 참으로 귀한 아들을 낳아 소중히 키웠다. 예의 바르고 반듯한 청년으로 자랐다. 그런 아들을 잃었다.
남편은 퇴직 후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수개월동안 조용히 함께 지냈다.
누가 그랬던가, 부부는 사랑으로 살지 않고 정과 의리로 산다고 했다. 그랬다.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이미 그녀는 갱년기를 지나 몸은 마른 우물 같았다.
이제 그녀는 부부관계를 가지는 것조차 불편하였다. 성적 감정은 이미 아들이 죽고 난 후 고요하게, 바람 불일도 흔들림도 없이 사라졌다. 오히려 편안하였다.
정년 후 남편은 잦은 외출을 시작했다. 처음은 주말마다, 친구들과 술자리모임, 동창 모임, 등산 등을 핑계로 나갔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인가 거의 매일 집을 비웠다. 퇴직금 결정을 하고 난 후 남편은 그녀에게 이혼을 말했다. 일방적이었다. 남편에게서 이혼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녀는 머리를 얻어맞은 듯 아득해졌다. 겨우 정신을 붙들었다.
“다른 이에게서 아이를 보았소. 아이는 7살이니 입적시켜야 하고, 내년에 학교에 입학하오. 집은 팔아야 하오.” 그는 통보하듯 말했다. 그동안 생활비로 보내준 돈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그는 많은 말도 설명도 그녀를 이해시키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의 말들은 벌이 벌집에서 윙윙거리 듯 그녀의 귓전에서 윙윙거렸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 집은 그의 집이지만, 긴 세월 그녀의 손길이 닿은 그녀의 집이었다. 이 집의 어느 곳도, 풀 한 포기, 못 하나도 그의 손길이 닿은 곳은 없었다.
그는 집이 팔렸다고 얼마간의 돈을 주었다. 이혼신고서에 도장을 찍자 호적은 정리되었다. 그녀는 어느 호적에도 속하지 않기로 했다. 단독호주가 되었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 친정에 다시 입적한다는 것은 견딜 수 없었다. 그녀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그의 호적에는 그녀와 아들은 이제 없었다. 아들의 꽃다운 청춘은 국가에 바쳤고, 자신이 평생 가꾸어 온 집, 그녀의 삶, 아들과 함께한 세월의 조각들이 모두 사라졌다.
그러나 그 시간들은 그녀에게 신이 주신 선물이고 축복이었다.
시간은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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