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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과의사 닥터오 Feb 05. 2022

수술하면 많이 아픈가요??

위로, 이해, 공감

병원에서 환자를 만나고 수술 상담을 하다보면 항상 물어보는 질문이 있습니다.


수술하면 많이 아픈가요??


작은 수술부터 큰 수술까지 자주 물어보는 질문입니다.


물론.. 아프죠.

수술이 안 아플 수가 있나요?

작은 수술이든, 큰 수술이든 다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누군가는 이런 질문에 수술이 당연히 아픈거지. 나쁜 병을 돌여내고 아픈 부위를 제거하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수술하면 아프냐는 질문을 도대체 왜 하는 것이냐.

이렇게 대답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수술하면 아프냐? 의 질문에 팩트는 당연히 "아프다"입니다.


그런데..


과연 환자는 이런 뻔한 답이 있는 질문을 물어보았을까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물어보았을까요??


아닙니다.


나를 수술해주는 의사에게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어요.

걱정하지 말아라.

수술하면 다 좋아질 것이다.

괜찮습니다. 그렇게 힘든 수술은 아닙니다.

정말 잘 버티셨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처럼 환자를 향한 염려와 따뜻한 위로를 받고 싶어 하는 질문일 것입니다.


수술 후의 통증은 당연히 수술 직후가 가장 심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처가 아물어가면서 통증도 점차 좋아집니다.


좋아지는 기간은 개복 수술처럼 복부에 큰 흉터가 생기는 수술일수록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죠.


저도 병원 인턴 때 맹장염(충수염)이 생겨서 수술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수술이 끝나고 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수술했던 부위의 통증은 정말 말도 못 할 정도로 심했고, 마치 생살을 칼로 도려내는 듯한 느낌이었죠.


물론 저는 수술했던 상처가 크지 않았기에 그 통증이 오래가지 않았지만 대장암, 직장암, 복막염 등 복부에 큰 흉터를 만들 정도로 힘든 수술을 받은 환자라면 그 고통은 정말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심할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내가 처한 환경과 자라온 배경이 다르다 보니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요즈음 같은 시대에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비대면이 일상생활에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지만 여전히 사람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바로 '사람'입니다. 우리는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고 친구들과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고 직장동료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느 공간, 어느 시간에 있든 살아가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하고 혼자서 쓸쓸히 걸어올 때 들리는 이별노래가 더 감성을 자극하고 눈물이 나는 것처럼 아파본 사람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고 고통을 겪어본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환자가 물어보는

"수술하면 많이 아픈가요?"라는 질문은..


어쩌면 환자들은 자신의 걱정과 두려움을 이해해주고 앞으로 괜찮아질 것이라는, 수술하면 곧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 섞인 공감을 바라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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