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내 어린 시절은 풍족하지 않았다.
가난은 늘 조용히 주변에 있었다. 무엇을 사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야 했고, 선택은 늘 신중해야 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 환경은 나에게 한 가지 습관을 남겼다.
무언가를 쉽게 소비하기보다 오래 생각하는 습관이다.
어린 시절에는 외모로 인한 스트레스도 있었다.
청소년 시절 잘못 관리한 여드름이 모두 흉터가 되었다.
거울을 보는 것이 편하지 않았고 사람들 앞에 서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밖으로 향하던 에너지가 안쪽으로 향했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고,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무언가를 계속 들여다보고 파고드는 성향도 그때 생겼다.
돌이켜보면 그것이 지금의 몰입력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수험생 장수생활이다.
바로 합격할거나 오만했던 수험생활은 10번의 시험으로 이어졌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단순한 시간이지만 나에게는 또 다른 훈련이었다.
긴 시간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절제를 배웠다.
조급함보다는 버티는 힘을, 감정보다는 관찰하는 태도를 배우게 되었다.
가난은 선택을 신중하게 만들었고,
외모 스트레스는 나를 안으로 향하게 했으며,
긴 수험생활은 시간을 견디는 힘을 주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 모든 경험이 하나로 이어진다.
몰입, 절제, 그리고 관찰력.
그때는 불편하고 힘들었던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재료가 되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