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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왜 그런거 있잖아 그 느낌적인 느낌

크라잉넛, 좋지 아니한가를 들으며…


우린 노래해 더 나아질 거야

우린 추억해 부질없이 지난날들

바보같이 지난날들


그래도 너는 좋지 아니한가

강물에 넘칠 눈물 속에 우리 같이 있지 않나

이렇게 우린 웃기지 않는가

울고 있었다면

다시 만날 수 없는 세상이 멋지지 않았는가



1. 가수 크라잉넛의 <좋지 아니한가>의 가사인데요. 피곤한 출근길 혹은 일하다 지쳤을 때, 이 노래를 듣곤 합니다. “에이~ 힘든거 다 아는데, 그래도 좋잖아?” 이런 기분이 들게 만드는 음악이랄까요.


2. 2022년에는 유다빈 밴드가 이 곡을 리메이크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도 했는데요. 같은 곡이지만 두 곡을 들어보면 느낌이 꽤 다릅니다.


3. 개인적으로 ‘아침에는 유다빈 밴드, 저녁에는 크라잉넛이 더 잘 어울리네’ 정도 느낌이네 생각했을 뿐, 이 차이를 글이나 말로 표현하진 못했는데요. 최근 어떤 쇼츠 댓글을 보고, “아 이거다!” 싶더라고요.


댓글을 잘 달고 싶다


4. 유다빈 밴드는 “아직 청춘이잖아~ 한잔해!” 느낌이라면, 크라잉넛은 “x 됐지만, 일단 한잔해~” 느낌이다.


5. 이 한 줄에 두 버전의 정서가 완벽히 담겨 있더군요.

누구나 공감하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나 뉘앙스(아, 왜 그런거 있잖아 그 느낌적인 느낌)를 이렇게 명쾌하게 표현하는 능력, 정말 부럽고 탐나는 재능입니다.


6. 관심에 목말랐던 대학생 시절, 장마철 홀딱 젖은 옷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며 (주저리 주저리) 얼마나 내가 찝찝하고 힘든지 떠들었던 게시물에 달렸던 잊지 못할 댓글이 하나 있습니다.


”개찝찝해. 대왕개구리한테 안긴 느낌이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표현


7. 찝찝함이라는 말 외에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했던 그 기분을 어떻게 ‘대왕 개구리한테 안긴 느낌’이란 말로 표현할 수 있었을까 신기하면서도 부러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8. 두 버전의 “좋지 아니한가” 쇼츠에 달린 댓글 덕에 대학생 때 느꼈던 부러움을 오랜만에 다시 느껴봅니다. 그리고 동시에 한 가지 드는 생각이 있다면…


9. ‘짤을 모으듯 인상적인 댓글들도 모아보면 어떨까?’ 였는데요. 그들의 타고난 센스를 넘어설 수 있을 수 있을디는 모르겠지만, 계속 보고 따라하다보면 지금보다는 나아질 테니까요? ㅎㅎㅎ


댓글의 아이콘이 되는 날을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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