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글 세계의 포트키

music is my portkey


“어떤 노래를 유심히 반복해서 들으며 한 시절을 보낸다면, 그 시간과 뗼 수 없는 BGM으로 흐르게 한다면, 노래는 그 자체로 타임머신이 된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시간과 집중력. 그리고 세월이다.”


이슬아 작가의 책 <아무튼 노래> 중 “세월과 노래”라는 파트에 있던 이 문장을 읽다 문득 스치는 생각.


‘음.. 머글 세계의 포트키같은데?’


포트키란 해리포터 세계관에서 등장하는 개념으로, 마법이 부여된 물건에 손을 대면 지정된 장소로 순식간에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머글(=인간)들의 세상에서는 노래가 이 포트키가 된다.


초등학교 시절, 처음 좋아했던 친구와 함께 문방구 앞에서 3천원짜리 커플링을 사던 순간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장나라의 Sweet Dream.


“미국 이모”라 불렸던, 엄마의 절친 윤경 이모네 집에 따라다니던 7살의 나로 돌아가는 카펜터스의 Top of the World.


작디 작았던 아빠의 차 아토스(atoz)에 타면 “GOD 틀어줘“와 함께 모든 노래 가사를 줄줄이 외던 나와 내 동생을 떠오르게 만드는 GOD의 정규 3집 앨범.


아 옛날이여…



크라잉넛의 지독한노래는 무슨 이런 말도 안되는 가사가 있냐면서도 흥 오르는 멜로디에 끌려 당시 최신 유행하던 아이리버 MP3를 목에 걸고 따라부르던 중학생 시절의 내가,


소녀시대 Kissing you는 땀냄새 가득한 남고생들이 가득한 독서실에서 PMP 하나에 옹기종기 모여 너는 티파니, 나는 태연을 외치던 고등학생 시절의 내가 스쳐간다.




남자들은 누구나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 입대곡이 나에게는 티아라의 롤리폴리(우연히 신병이라는 군대 드라마에서 다시 유명해지기도 했던)였고,


말년 병장의 “아이유 당번병(아이유가 방송에 나오면 1절이 끝나기 전에 어떻게든 그 병장을 찾아 알려야 했다)”이 되게 만든 아이유의 너랑나.


대학 시절, 술과 노래방이 함께 하는 날에는 절대 빠지지 않았던 그리고 말 그대로 무아지경의 상태로 이끄는 빅뱅의 마지막 인사와 2NE1의 FIRE.


그리고 그동안 사귀었던 친구들마다 있었던 최애곡 혹은 이별 후유증 곡들까지(차마 이건 여기에 못 적을 것 같다).


이처럼 마법 하나 없는 머글 세상에도 나를 순식간에 특정 시간과 장소로 이동하게 만드는 포트키 같은 노래들이 사방에 널려있다. 이렇게 글로 적다보니 안주머니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지폐같은 노래들이 몇개 더 떠오른다.


조만간 나만의 포트키 음악 리스트를 정리해봐야겠다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노래들이 나만의 포트키가 될까. 그리고 그 노래들은 40, 50, 60대의 나를 어떤 순간으로 데려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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