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인기 많은 친구가 부러웠고
대학생 때에는 취업 잘 한 선배들이 부러웠고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행복하게 일하는 동료들이 부러웠다
누군가는 말한다. 부러워해서 남는 게 뭐가 있냐고. 괜히 자괴감만 들고 좋을 것 하나도 없는 게 부러움인 것 같다고.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마냥 부러워만 하다 결국 그들에 비해 부족한 나 자신을 미워했던 순간들 말이다. 그런데 과연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돌이켜보면 항상 부러움의 대상이 있었고, 그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다행히도 그런 부러움을 부러움으로 끝내기보다는 어느 정도 수준까지 따라가고자 노력해 왔다. 그래서 내가 부러워했던 친구만큼의 인기, 부러워하던 선배만큼의 좋은 회사, 직장 동료들만큼의 행복감은 아니었지만 내 나름대로 만족할 만한 수준의 결과들을 만들어왔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보면 부러움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내가 지금 느끼는 부러움을 어떻게 소화하느냐가 중요해 보인다. 부러움을 미움, 시기, 질투로 소화하면 체하기 마련이다. 남는 게 없다. 오히려 부작용이 생기면 생겼겠지.
그런데 부러움을 잘근잘근 씹어서 '어떻게 하면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 영양소가 되는 것 같다. 부러움의 대상들을 관찰하고 배우며 내가 얻어갈 수 있는 부분들을 얻고 실행하며 결과를 만드는 기반이 되니 말이다(물론 나도 내 맘대로 되지 않을 때가 훨씬 많다만...)
그래서 나는 어떤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느끼고 있지를 생각해 봤다. 분명 소화하지 못해 탈이 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전의 내 경험처럼 분명 잘 소화시켜서 영양소가 되는 경우도 있을 테니 말이다.
하나, 취향이 확실한 사람
"난 00이 진짜 좋아"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부럽다.
올해 들어 내가 가장 갖고 싶은 게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뚜렷한 "취향"이었다. 올해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느낀 건 취향이 뚜렷한 사람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는 사실이다. 반면에 나는 누구보다도 취향이 없는 사람이다. 옷도 음식도 아니 그 어떤 영역에서도 내 취향이랄만 한 것이 없었다. 그냥 남들이 하자면 하자는 대로, 주어지면 주어지는 대로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그게 편하고 좋은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취향이 없는 무색무취의 사람은 쉽게 잊히기 마련이다. 아니 애초에 사람들의 기억에 잘 각인되지 않는다. 그냥 대다수의 사람들 중 하나정도로 기억된달까. 하지만 내 취향이 뚜렷할수록 사람들은 나를 특정 키워드로 기억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내 결에 맞는 사람이 모이고, 기회가 생기더라.
그래서 나도 내 이름 석자를 말했을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키워드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 시작이 나만의 취향을 찾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둘, 꾸준한 사람
"n 년째, 00 하고 있어요"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예전에는 특정 영역에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부러웠다. 처음 하는 일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거나, 몇 번의 시도만으로 결과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였다(특히, 일을 잘하거나 운동을 잘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웠다). 그런데 살다 보니 그런 재능을 가진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특별한 재능을 타고나는 건 멋진 일이지만 부러워할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달까.
오히려 진짜 대단한 사람들은 남들보다 재능은 부족할지 몰라도 꾸준함으로 결과를 만드는 사람들이었다. 아니 재능과 결과를 떠나서 무언가를 매일 혹은 꾸준히 실행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멋져 보인다. 매일 운동을 가는 사람, 매일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사람, 매일 명상을 하는 사람 등등.. 어떤 일에든 "매일" 또는 "꾸준히"라는 말이 붙는 순간 난이도가 확 올라가는 느낌인데 그걸 해낸다는 것 자체로도 충분히 멋지다고 생각한다.
분명 그만하고 싶거나 하기 싫었던 순간이 있었을 텐데 그 꾸준함을 이어가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를 생각하면 그저 감탄이 나온다. 그래서 요즘은"꾸준함"이야말로 그 어떤 재능보다 필요한 능력이 아닐까? 란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꾸준함"이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이뤄줄 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누군가 나에게 소원을 하나(솔직히 소원 개수가 3개 정도 되어야 할 것 같긴 하다만) 들어준다 말한다면 "누구보다 압도적인 꾸준함을 갖게 해 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은 요즘이다.
셋, 화목한 가정을 이룬 사람
이건 정말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의 부러움이다.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안정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럽다. 물론 내가 그들의 모든 가정사를 알 수는 없고,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기에 이 감정을 쉽게 부정당하기는 하지만...(유부남 친구들에게 네가 몰라서 하는 소리라는 말을 하도 들었다).
하지만 내 삶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다 보니 나에게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것 같다. 이제 30대 중반의 나이이다 보니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이 꽤 있고, 그들의 일상을 자주 공유받는다.
퇴근 후, 아내와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눴다는 단순한 일상 이야기, 아이가 새벽마다 잠에서 깨서 제대로 자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는 이야기, 결혼하고 나니 이전과는 너무 다른 게 많다는 이야기 등등.. 그런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새로움이고 궁금함이고 부러움이다.
작은 일로 다투고 지지고 볶고 싸울지라도 결국 화해하며 좋은 것은 나누고, 함께 일상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남편이자 아빠인 내 모습을 그려본다.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서로의 편이 되어주고, 서로를 아끼고 사랑해 주는 가정 안에서 살아가는 나와 내 가족의 모습을 꿈꿔본다.
그러려면 내가 좀 더 따뜻한 사람, 좋은 사람, 가족들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겠지. 지금보다는 조금 더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다ㅎㅎ..
이렇듯 나에게 부러움은 결국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느끼는 감정이랄까. 물론 그 부러움이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순간도 있겠지만, 오늘 글을 통해 이야기했던 3가지 부러움이 내가 되고 싶은 모습임을 알았으니 그 모습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일만 남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