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30대를 보내는 중입니다
2023년도 이제 한 달 남짓 남은 시점, 아닌 척하고는 있지만 요즘 꽤나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근 몇 년간 이렇게 불안정한 시기를 보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니 말이다(유독 올해 많은 일들이 있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내 불안함을 모두 꺼내서 "나 이렇게 불안해요" 주변사람들에게 떠벌리기에는 어른스러워야 할 나이 같고, 그렇다고 이 모든 불안함을 혼자 이겨내기에는 부족한 게 많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아직은 내 불안함을 스스로 온전히 감당할 만큼 단단하지는 않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30살 넘게 나이를 먹고 5살 먹은 아이처럼 울고 불고 떼쓸 수는 없는 노릇이니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나 싶었다. 불안하기만 해서는 도움이 될 게 하나도 없다는 걸 잘 아니까 ㅎㅎ...
그러던 중 최근 다시 읽기 시작한 데일 카네기의 <자기 관리론>의 한 문장이 눈에 확 들어왔다.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걱정과 불안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 때문이라는 소리다. 예를 들면 이런 상황들일 거다.
'숙제를 안 했는데 내일 혼나면 어떻게 하지?'
'술 더 마시면 내일 너무 힘들 텐데 어쩌지?'
'친구가 이 일로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등등
걱정한 대로 숙제를 안 해서 혼날 수도 있고, 숙취로 정말 힘들 하루를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반대로 친구는 내 실수를 1도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다. 이렇게 예측불가능한 문제를 두고 우리는 울고 웃는 중인 셈이다.
게다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불안해하기보다는 내가 불안해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뭐라도 직접 해보는 게 더 낫다는 걸. 그런데 이게 참 말처럼 쉽지가 않다.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쉽게 끊어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불안하다면 일단 써보기라도 하자, 일단 눈앞에 텍스트로라도 정리가 되면 좀 낫지 않겠나란 생각으로 말이다.
적다 보면 도대체 뭐가 그리도 불안한 건지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뭔지 생각이라도 해볼 테니까.
'누가 딱 1년만 경제적으로 서포트해 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렇게 할 텐데...'
1년만 금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그 1년을 하고 싶은 일에만 집중해보고 싶다. 사실 100세 인생이라 쳤을 때, 1년 정도를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올인해 보는 건 큰 리스크는 아니라 생각한다. 아니 오히려 안 할 이유가 없다고도 생각한다. 심지어 마음만 먹고 지르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 것도 잘 안다.
하지만 현실은.. 아니 더 정확히는 핑계를 대며 아무것도 안 하는 중이다. '매달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이 있는데 감당할 수 있을까?' 그리고 '결혼 적령기인 이 시점에 하고 싶은 대로 살았을 때 과연 시장가치가 있겠냐'는 핑계와 함께 말이다(뒤에서 이야기하겠지만 결혼은 나에게는 꽤나 중요한 문제 같다).
그런데 사실 매달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은 충분히 줄이려면 줄일 수 있고, 염치 불고하고 부모님 댁에 들어가서 1년만 살면 해결될 일이다. 그리고 결혼 적령기라는 것도 내 기우일 뿐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함께 해줄 사람을 만날 수도 있는 일이니까. 결국 부족한 건 내 용기(그리고 준비)의 부족임을 잘 안다. 이렇게 글로 써보니 더 변명할 거리조차 없어진 느낌이다.
물론 누군가는 끝내주는 실행력으로 이 모든 것들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안다. 그랬으면 이런 걱정조차 안 했겠지. 대신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보자면 이랬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작게라도 시작하는 거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콘텐츠를 만들고, 내 콘텐츠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콘텐츠는 글, 영상 그리고 강연이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그런 만큼 일단은 콘텐츠를 꾸준하게 발행하는 습관을 만들어 보려 한다. 그 시작은 주 2회(수, 일) 브런치 쓰기로 결정했다. 아무리 바빠졌다 한 들 주 2회도 못 지킨다면 내 간절함과 의지의 부족일 거다.
이것도 못하면서 무슨 퇴사하고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일단 주 2회 글쓰기가 익숙해지면 다른 콘텐츠들을 추가해 볼 생각이다.
일단 꾸준히 결과를 쌓아가다 보면 기회가 오는 것도 잘 알고 있으니. 일단 매주 2개씩 결과물부터 만들어 나가야겠다. 그 꾸준함 속에서 결과가 쌓이고, 하나 둘 기회가 생기다 보면 지금 내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는 알아서 해결될 테니 말이다.
'남 부럽지 않게 돈을 많이 벌어야지'
'성공해서 엄청난 명예를 얻어야지'
30대 중반이 될 때까지 딱히 이런 생각을 진지하게 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남 부럽지 않게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도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가장 큰 걱정이자 불안이 여기서 시작된다.
'과연 나랑 잘 맞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올해 오래 만났던 연인과의 이별이 불안함의 시작이었다. 이렇게 결혼하겠다 싶었던 시점에 전혀 예상 못했던 이별이란 결과를 마주해야 했으니... 어쨌든 시간이 약이라고 지나간 일은 잘 흘려갔고, 꽤 많은 소개팅도 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게다가 머리만 커서 이런저런 것들을 재고 따지는 내 모습을 보면서 '이러다 혼자 늙어 죽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들도 스멀스멀 올라온다(쓸데없이 좋은 사람들은 이미 다 짝이 있는 건 아닐까란 생각도 들고…).
주변에서는 "여유를 가져라", "뭐 그리 급하냐", "아직 젊다" 등의 말들을 많이 하지만 귀에 들어올 리가 없다. 나도 잘 안다. 사람 일이라는 게 조급해하고, 안절부절못하면 될 일도 안된다는 걸. 그런데 정말 이 걱정과 불안에 대처하는 방법은 뭐가 최선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내가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다 보면 결국 좋은 사람이 내 곁으로 온다'는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사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뭔지도 잘 모르지만 일단은 내 행복을 찾는데 집중해보려 한다. 내가 즐겁고 행복해야 여유도 생길 거고, 여유가 있어야 내가 나를 돌볼 수 있고 더 좋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랄까.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항상 내가 외롭고 힘들 때보다는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내 생활이 만족스러울 때 연애도 시작했었다(이걸 글을 쓰며 알았다ㅎㅎ..). 어찌 보면 내가 원하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신이 날 시험하시는 시기일 수도 있겠다는.. 일단 헛소리는 여기서 끝내도록 하고. 어쨌든 이 시기를 잘 보낼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는 내 목표에 도달하기 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PT도 시작했고, 글씨체 강의도 듣고 있고, 잠시 내려놓았던 독서도 시작했다. 게다가 이렇게 브런치에 글도 쓰기 시작했다. 이렇게 나를 위한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시간을 채워가다 보면 외롭고 불안해하기보다는 좀 더 내게 주어진 시간들을 즐기며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글로 걱정과 불안에 대해 적고 나니 살짝 머쓱한 기분이 든다. 다 알면서 사서 걱정하고 불안해했다는 게 너무 명확하게 보이니 말이다(그래도 당장 오늘부터 걱정 끝 행복 시작일 거란 생각은 안 한다.. 나아지겠지란 마인드 정도..ㅎㅎ)
이렇게 머쓱해진 기분도 느꼈고 글로도 남겼으니 약 한 달 남은 23년은 매주 2회(수, 일) 꾸준히 브런치 글도 쓰고, 좀 더 나를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일들에 집중하며 보내봐야겠다.
그래서 불안감이 찾아올 때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내가 되길 바란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 걱정과 불안으로 힘들어하고 계시다면 저처럼 글로 한 번 적어보시기 바랍니다.
생각보다 뻘쭘, 머쓱해지는 기분과 함께 그래 이거라도 해보자라는 생각이 드실 테니 말이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