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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행복에 대하여

음식은 배 채우려고 먹는 거 아냐?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행복하다?'



딱히 음식에 관심도, 욕심도 없었던 내가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말 중 하나였다.


진짜 그랬다.. 대체 왜?


'그냥 음식은 배 채우려고 먹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며 살아왔기에 더더욱 그랬다. 어린 시절 나는 먹는 걸 참 귀찮아했다.


밥 먹을 시간에 좀 더 놀고, 쉬고 싶다 보니 먹는 행위 자체가 귀찮았다. 그런데 배는 계속 고프니 안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그래서 종종 간편하고 빠르게 배를 부르게 만들어주는 알약이 있었으면 했었다.



이런 성향은 성인이 되어서도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좋아하는 음식이야 있지만 흔히 말하는 '힐링 푸드' 또는 '먹는 행복'에 대해 그리 공감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랬던 나에게도 즐거움을 주는 음식이 생긴 것 같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나에게도 '힐링 푸드' 혹은 '먹는 행복'을 주는 음식이 있었는데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즐거운 일이 있어 이대로 하루를 보내기 아쉬운 때에도, 고생 많았던 하루 끝에 나에게 작은 보상을 해주고 싶은 순간에도 먹는 음식이 있었다. 그런데 이걸 어제 문득 깨달았다.



그 음식은 바로 "노랑통닭"이다(써놓고 보니 참 뜬금없다...)


서비스 론칭 기념 나에게 주는 노랑통닭 선물


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어제도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노랑통닭을 주문하던 순간 문득 생각이 났다. 내가 힘들거나 또는 즐거운 일이 있을 때 "노랑통닭"을 자주 먹었다는 걸 말이다.


어제는 회사에서 약 1년 동안 준비한 신규 서비스의 론칭일이었다. 직장인으로 6년 넘게 살아오면서 신규 서비스를 0부터 기획해서 론칭까지 경험한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뭔지 모를 뿌듯함과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연스럽게 노랑통닭을 한 마리 사들고 집에 왔다. 이 뿌듯함과 기쁨을 자축하고 싶은 마음으로 말이다.



돌아보면 정말 그런 순간들이 꽤 많았다.


하루종일 시달려 진이 빠졌던 날에도, 기분 좋은 일이 생겨 축하하고 싶었던 날에도 나는 자주 노랑통닭에 들러 치킨 한 마리를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집 근처에 치킨, 피자 가게가 꽤 있는데도 내 선택은 항상 같았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웃기기는 하는데... 사실 처음부터 뭔가 의미를 두고 노랑통닭을 사 먹었던 건 아니다. 그냥 내 입맛에 잘 맞는 치킨이었어서 사 먹기 시작했다. 카레향 머금은 바삭한 튀김, 약간은 퍽퍽한 느낌의 육질(나는 닭가슴살을 좋아한다..) 그리고 집과의 접근성까지... 나에게는 이만한 치킨이 없었다.



쌓인 쿠폰을 보니 꽤나 힘들고 즐거웠나 보다



그런데 이런 순간들이 하나, 둘씩 쌓이다 보니 어느새 노랑통닭은 내가 힘들거나 즐거울 때 나를 위로하고 보상해 주는 음식이 되어 있었다. 이제는 나도 모르게 힘들거나 즐거운 일이 생기면 '이따 노랑통닭에 들러서 치킨 한 마리 사가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정말 신기하게도 힘들었던 날에는 위로받는 기분이 들고, 즐거웠던 날에는 보상받는 듯한 기분을 선물 받았던 것 같다.


숙취 가득한 날 먹는 해장국 외에 음식으로 힐링한다는 기분 또는 행복감을 느껴본 적이 없는데, 아무래도 나는 노랑통닭으로 그런 기분들을 느끼고 있었나 보다. 내가 인지하지 못했을 뿐...



어쨌든!


모르고 지나갈 수 있었던 나만의 행복 포인트를 또 하나 찾은 것 같다. 앞으로도 "노랑통닭"처럼 가까이에 있지만 놓치고 있었던 행복의 순간들을 더 많이 찾고, 느끼고, 기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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