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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드라마 보는 게 뭐 어때서?

나만 즐거우면 된 거지 뭐


'드라마 보는 건 시간 아까워'



드라마를 보는 건 시간낭비 같다고 생각했었다. 누가 봐도 생산적인 활동인 독서, 글쓰기, 운동 등으로 내 여가시간을 채워야 도움이 될 테고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혼자 울고 웃고 난리 치는 중입니다



하지만 이번 주말... 나는 16시간이 넘게 드라마를 보는 중이다. 어제 보기 시작한 <스물다섯 스물하나> 14회를 보고 있다 ㅎㅎㅎ. '드라마 보는 게 시간 아깝다더니?'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이번 주말 내 행동을 합리화하려고 쓰는 글은 아니다. 생각해 보니 왜 굳이 "취미로 드라마 보는 나"를 좋지 않게 생각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글을 적기 시작했다.(써놓고 보니 합리화인가...ㅎ 어쨌든)



사실 내가 드라마를 보는 모습을 떠올려보면...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는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뭔가 게을러 보이고 속된 표현으로 ‘아무 짝에도 도움 안 되는 일’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 내 모습이 싫었던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난 꽤 오랫동안 드라마 보는 걸 좋아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 드라마를 보며 울고, 웃는 순간이 즐겁다. '어떻게 하면 저런 대사를 쓸 수 있었을까', '이 대사는 꼭 기억해 두어야지', '이런 상상은 어떻게 하는 걸까', '내가 저런 상황이라면 어땠을까' 등등... 단순히 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기보다는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내 안의 다양한 감정들 그리고 상상력과 마주하는 게 즐겁다.



그런 나를 잘 몰랐다.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는 나에게 도움이 될 만한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던 시간을 줄여 책을 읽었고, 글을 썼고, 콘텐츠를 만들었다. 나름 재미도 있었고 성취감도 있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걸 억지로 끊어내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설거지를 하면서, 출퇴근길에서 혹은 짬이 날 때마다 드라마 요약본을 보거나 재밌었던 드라마를 다시 보기를 보며 즐거워하는 내 모습을 봤다.


이게 행복이지...


그러다 한 번 꽂히는 날에는 내일이 출근임에도 2~3시까지 영상을 보다 잠이 들곤 했다. 그러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아... 이러면 안 되는데... 드라마 보는 건 별 도움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드라마를 보면서도 마음껏 즐기지 못하고 결국 보고 나서는 후회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그리고 바로 오늘... 문득 '내가 좋아하는 일인데 굳이 이렇게까지 마음 불편해할 필요가 있을까?', '드라마를 보면서도 내가 할 일만 잘하면 되는 건데 뭐 그렇게 빡빡하게 생각하는 걸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온전하게 즐기기로 했다. 드라마 보는 시간이 즐겁다면 이건 내 행복에 도움이 되는 시간이자 나를 즐겁게 해주는 좋은 취미니까.



그리고 생각해 보면 드라마를 보는 순간만큼 내 감정에 솔직한 순간이 있을까 싶다. 나는 드라마를 볼 때 마치 내가 주인공인 것 마냥 주인공의 감정, 상황에 반응한다. 그들이 웃으면 함께 웃고, 그들이 울면 함께 눈물을 흘린다.


매일 반복되는 사회생활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억누르고 살아가는 내가 이 만큼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순간들이 얼마나 있을까?(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렇지 않을까란 생각도 든다)



그리고 난 마음에 드는 드라마가 생기면 나는 n회차 시청을 한다. 드라마를 보며 마음에 들었던 순간들이 주었던 감정, 주인공의 대사를 통해 느꼈던 감정들을 다시 느끼는 게 좋달까. 그리고 n회차 시청을 하다 보면 달라진 내 상황에 따라 같은 장면에서도 느껴지는 감정이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된다.


‘아 예전에는 이 장면이 참 슬펐는데 이제는 별로 슬프지 않네?’, ‘어릴 때는 주인공의 마음이 참 공감됐는데 조금 커보니 주인공 반대편 인물에게 좀 더 공감이 되네?’ 처럼 말이다. 내가 나에 대해 잘 몰랐다 보니 이런 즐거움을 억지로 끊어내려고 했던 것 같다.



내가 즐거우면 된 거지!



이런 말이 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취미와 여가도 마찬가지란 생각을 못했다. 누군가는 생산적인 활동을 할 때에 느끼는 성취감을 통한 즐거움이, 또 누군가에게는 드라마 한 편이 주는 감동과 위로가 즐거움이 될 수도 있다.


드라마를 보며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순간이 나에게는 즐거움이다. 결국 취미와 여가는 "내가 즐겁기 위함"인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아닌 남들이 좋다고 하는 활동 또는 나에게 필요할 것 같이 느껴지는 활동들에 갇혀버렸던 것 같다.



그래서 보고 싶은 드라마가 생긴다거나, 드라마를 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때는 아무 생각하지 않고 마음 편히 보기로 했다. 드라마를 보며 울고, 웃는 내 즐거움을 소중히 하기로 했다. 대신 이전과는 조금 방법을 바꿔보려 한다. 내가 드라마를 최대한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말이다.


글씨 연습을 좀 더 해야겠다 ㅎㅎ



앞으로는 드라마를 보며 기억하고 싶은 대사와 장면을 기록해보려 한다. 요즘 들어 내 생각을 글로 꺼내는 일, 그리고 종이에 직접 글씨를 쓰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즐거움의 하나인데 여기에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의 대사와 순간들이 더해지면 더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다.


좋은 것에 좋은 것을 더하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라는 뭐 그런 단순한 접근이랄까.


오늘부터 제 이상형은 나희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 남지 않은 이번 주말!


<스물다섯 스물하나> 남은 2화를 모두 보며 마무리할 예정이다. 드라마 덕분에 많이 울고, 또 웃었던 주말로 기억될 것 같다. 그리고 드라마 보는 걸 시간낭비라 생각했던 나에게 한 마디 한다.



"취미로 드라마 보는 게 뭐 어때서? 나만 즐거우면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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