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뛰어난 재능이라도...
올해 6월, 인생 첫 하프 마라톤(21km)을 완주하며 '이제 10km 정도는 쉽게 뛰는 몸이 됐구나!' 생각했다. 실제로 하프 마라톤을 준비하면서 10km를 뛰었을 때는 '이 정도면 충분히 뛸 만 한데?'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을 정도니 말이다. 그렇게 하프 마라톤을 무사히(?) 완주한 뒤로 날씨가 덥다는 핑계로 러닝과 단절된 일상을 보냈다.
그리고 지난주 일요일, 하루 이틀 전만 해도 푹푹 찌던 날씨가 거짓말처럼 선선해졌다. 그리고 잠시 잊고 있었던 러닝이 떠올랐다. '가볍게 5km 정도만 뛰어볼까?'란 생각으로 러닝화를 신고 집을 나섰다. 러닝을 시작한 지 5분 정도가 지났을까? 뭔가 이상했다. 불과 3개월 전, 훨씬 더웠던 날씨에도 5km를 뛰는 게 어렵지 않았었는데… 호흡은 안 터지고 힘든 건 2배로 힘든데 오히려 페이스는 더 느렸다.
그렇게 꾸역꾸역 5km를 완주하고 드는 생각은 딱 하나였다. '역시 뭐든 꾸준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구나...'. 딱 3개월 만에 10km를 거뜬하게 뛰던 체력이 사라졌다. 그동안 1~2주에 한 번씩이라도 뛰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편안하게 달렸을 테지만… 후회해 봐야 이미 늦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운동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 '재능'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했다. 운동신경, 체력, 근력, 글쓰기, 말하기 등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무언가를 잘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재능'보다는 '꾸준함'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꾸준함이 없는 재능은 오히려 재앙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달까.
실제로 축구업계에서 최고의 유망주로 불리던 선수들이 갑자기 자취를 감추는 경우가 정말 많다. 이들은 짧게는 몇 경기, 길게는 1~2년 정도 미친 재능을 보여주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그들 중 대다수는 사라지고 만다. 꾸준히 증명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부상, 계약, 감독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겠지만 그들에게 부족했던 건 결코 재능이라 할 수 없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올해 '꾸준히 글쓰기’가 목표였다. 글 쓰는 재능을 타고나 모두에게 사랑받는 글을 떡하니 쓰는 사람은 못돼도, 꾸준하게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이 될 수는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달까. 그렇게 올해 초, 썸원(@somewon_co)님께서 운영하는 주 2회 글쓰기 모임에 가입하여 글을 쓰기 시작했다. 회사 생활을 병행하며 글을 쓰기에 주 2회 정도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비교적 부담 없는 목표라 생각했던 주 2회 글쓰기는 결국 달성하지 못했다. 분명 부담이 적은 건 맞는데 그러다 보니 글 쓰는 것을 자꾸만 미루게 됐다. 그렇게 '아.. 역시 글쓰기 습관을 갖는 건 쉽지 않구나..' 생각하고 있던 찰나 썸원님께서 이런 말을 하셨다. "00님, 오히려 주 5회 글 쓰는 게 습관을 기르는 데는 더 쉬울지도 몰라요. 주 2회는 자주 멈추게 되지만 주 5회는 매일 쓴다는 생각 때문에라도 더 열심히 쓰게 되실 거예요".
반신반의했지만 글쓰기 습관을 갖고 싶은 열망이 꽤나 컸기에... 일단 주 5회 글쓰기 모임에 가입하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말 놀랍게도 오히려 주 5회 글을 쓰는 게 좀 더 수월했고 4개월 간 56개의 글을 쓸 수 있었다.
돌아보면 러닝도 글쓰기도 결국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했던 건 운동 능력이나 글쓰기 능력이 아니었다. 진짜로 필요한 건 내 몸이 체득할 때까지 반복할 수 있는 "꾸준함"이었다. 그리고 그 꾸준함의 중요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게 함께 첨부한 그림이 아닐까 싶다.
지금 당장은 힘든 어떤 일이 일주일, 한 달 그리고 일 년을 꾸준히 하다 보면 분명 처음보다 편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마치 21km 하프 마라톤을 준비하며 3, 5, 7, 10km씩 차근차근 뛰었던 그리고 글 쓰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주 2회에서부터 주 5회까지 약 8개월 간 글을 써가며 느꼈던 것처럼 말이다.
2025년에 이루고 싶은 목표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철인 3종 경기 완주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매일 글쓰기다. 현재 상태를 첨부한 그림에 비교하자면 2가지 모두 정사각형 혹은 모서리 부분만 살짝 마모된 상태가 아닐까 싶다. 체력과 글쓰기 재능이 뛰어나 처음부터 모서리가 둥근 혹은 원 형태로 굴려갈 수는 없지만 결국 중요한 건 이를 꾸준히 굴려 앞으로 나아가는데 있으니… 그런 만큼, 내년 이맘때 쯤에는 철인 3종 경기를 완주하고, 매일 글을 써 내려가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