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축구협회, 홍명보 감독 선임 후폭풍("이게 팀이야?")

시스템이 무너진 조직이 만든 참담한 결과가 슬픈 축구팬의 푸념

"이게 팀이야?"


K리그 팬이라면 이미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한 장면이 있을 것이다. 울산 HD 감독 홍명보 감독이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나무라며 (발길질과 함께) 소리치는 모습 말이다.


ACL 경기 중 선수들을 나무라는 홍명보 감독


그리고 2024년 7월, 홍명보 감독 그리고 대한축구협회에 한 사람의 축구 팬으로서 묻고 싶다.


"이게 팀이 맞습니까?"



지난 7월 7일 일요일, "대한축구협회 홍명보 감독 선임" 뉴스가 흘러나오면서 축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미 수면 위로 드러난 문제만 해도 한 두 개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결국 가장 큰 문제는 축구협회의 시스템 붕괴라고 본다.



2023년 2월 이미 축구협회는 큰 실수를 범했다. 모든 절차와 시스템을 무시한 채 이미 커리어가 끝났다고 평가되던 클린스만 감독을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발했다. 아니나 다를까 올해 2월,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었던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운용, 선수 관리, 근무 태도 등의 이유로 경질됐다.


웃는 것 외엔 하는 게 없던 모습... 다시 봐도 천불이 난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황희찬, 이재성, 황인범 등 역사상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았던 대표팀이었지만 졸전 끝에 아시안컵 4강 탈락, 이와 동시에 감독 경질 위약금으로 100억이 넘는 금액을 대한축구협회가 부담해야 했다. 축구 외적인 문제도 많았던 감독이라 축구팬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클린스만의 이름을 각인시켰던 시간들이었다.



이 크나큰 실책을 만회하겠다던 대한축구협회가 약 5개월 만에 또다시 시스템을 무시한 채 감독을 선임한 것이다. 대한축구협회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의 기자회견만 보더라도 대한축구협회 내부 시스템이 얼마나 엉망진창인지, 그리고 얼마나 억지스럽게 그들의 결정을 포장하고 있는지 너무나 투명하게 드러난다. 문제는 정작 그들은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것 같다는 데 있다.



게다가 시스템 붕괴의 실체가 실제 감독선임 과정에 참여했던 전 국가대표 박주호 선수에 의해 밝혀지며 현재 축구계는 그야말로 완전히 폭발해 버렸다.


이 영상은 꼭 보시길... 대학 동아리만도 못한...


대한축구협회야 말로 시스템이 무너진 조직이 어떤 참담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박주호 선수가 말한 문제들 중 몇 가지만 언급하자면...


좋은 감독을 선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의지부족, 협상능력 부족으로 인해 기회를 놓침

임시 감독 선발 시, 분석이나 어떤 절차에 의한 선발이 아닌 다수결로 선발

감독 의사가 없었거나, 이미 후보군에서 제외했던 인원이 다시 최종 후보군에 등장함

회의 내용이 회의 중 실시간으로 기사화됨

국가대표 감독 전력강화위원도 몰랐던 홍명보 감독 선임 소식



(축구협회가) 도대체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는 조직임을 너무나 여실히 보여주는 영상이었다. 게다가 이 영상이 업로드되고 하루 뒤인 7월 9일 축구협회는 홈페이지에 '박주호 위원의 영상 발언에 대한 유감의 글'이라는 입장문을 게시했다.


뭐가 문제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다...


앞뒤가 안 맞는 말들로 가득했던 건 물론이거니와 그동안 자신들에게 불리한 상황에서는 늦장 대응으로 일관하던 축구협회가 이런 사안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되게 빠른 대응을 보여주며 다시 한번 축구팬들의 분노를 불러왔다.



심지어 익명의 관계자는 "박주호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에서 있었던 일들이라며 폭로한 것은 비밀유지서약 위반"이라면서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방향으로 내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이 사람들이 인지는 하고 있는 걸까? 할 수 있는 최악의 선택만 골라서 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현시점 모든 축구팬들의 모습이 아닐까....


어쨌든 다시 돌아와서... 안타깝게도 과정이야 어쨌든 결과만 좋으면 홍명보 감독 선임에 가졌던 의심과 불만은 사그라들 것이다. 하지만 그게 과연 장기적인 한국 축구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될까? 대한민국 축구가 1~2년만 하고 축구판을 떠날 것도 아니고 말이다.



시스템이 무너진 상태에서 운 좋게 얻은 결과는 일회성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제대로 된 시스템 안에서 감독이 선임되어야 (다가오는 월드컵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던) 다음 감독 선임과정에서 기존에 잘했던 점, 못했던 점 점을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출처=대한축구협회]


'이게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화려한 선수들이 많은 황금세대의 시간이 너무 안타깝게 흘러가고 있다. (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으나) 이대로 이 황금세대의 시간이 끝나버린다면 축구 팬으로서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



과연 이번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그리고 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그리고 그 모든 결과를 떠나 지금 이 순간 축구를 좋아하는 한 사람의 팬으로서 답답함, 참담함을 넘어 허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런 사람과 만나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