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올해는 어렵겠지...?ㅎㅎ
사실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았던 질문이다. 최근 꽤 많은 소개팅 기회가 있었음에도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돌아보면 상대방이 나를 맘에 들어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지만, 내 입장만 생각해 보자면 꽤나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 외모는 마음에 드는데 뭔가 불편한 느낌이 들던 사람
- 대화는 너무 잘 통하는데 내 스타일이 아니던 사람
- 외모, 대화 다 좋은데 그냥 친구 같았던 사람 등등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주변에서는 "까탈스럽네.." 혹은 "배가 불렀네"를 넘어 "이제 놀랍지도 않다"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나 스스로도 '내가 아직 연애할 준비가 안 된 건 아닐까?' 혹은 '내가 진짜 너무 까탈스러운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지난 연애는 어떻게 시작했지?' 되돌아보게 됐다. 생각해 보면 그동안은 느낌적으로 '괜찮다!' 싶은 사람과 연애를 해왔던 것 같다. 그 느낌이 좋으면 다른 부분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이렇게만 놓고 보면 사실 그냥 아직까지 딱 느낌이 오는 사람을 못 만난 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때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라면 "조급함" 같다. 물론 지금도 충분히 젊다면 젊은 나이인 건 맞다. 특히 요즘 남자의 경우 30대 중후반에 결혼하는 케이스도 많으니 말이다. 그런데 주변에서 하나, 둘 친구들이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너무 넋 놓고 있을 나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과 동시에 예전과는 달리 이런저런 것들을 더 많이 따지게 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외모는 이랬으면 좋겠고, 취미나 취향이 나와 비슷하면 좋겠고, 대화를 나눴을 때 티키타카가 잘 되면 좋겠고, 술도 조금은 할 줄 알았으면 좋겠고... 그러면서 너무 술을 좋아하지는 않았으면 좋겠고 등등... (지나 잘할 것이지...)
이런 생각을 하던 어느 날, 유튜버 이연님의 영상을 하나 보게 되었다. "연애를 꼭 해야 할까?"라는 썸네일의 영상이었고, 영상 말미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저는 이상형 목록을 쫙 썼거든요
30가지 정도 되는데
거기서 내가 포기할 수 없는 것 5가지
뭐 이런 식으로 써놨어요.
그리고 여기서 10가지가 되면
무조건 너무 좋다.
뭐 이런 걸 써놨는데
그렇게 써놓고 제가 많이 들었던 얘기가
이렇게 써 놓으면
정말 그런 사람 만난다는 거예요.
저는 그게 진짜 뻥일 줄 알았거든요?
근데 제가 만난 친구가
정말 거기에 다 맞더라고요
처음 이 영상을 봤을 때 들었던 생각은 '나도 써봐야지'가 아니라 '내가 한 번이라도 어떤 사람과 만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있었나?'였다. 돌아보니 난 단 한 번도 '난 어떤 사람과 만나고 싶은가'에 대한 생각을 진지하게 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좀 더 간절했거나 현명했다면 그 자리에서 내 이상형 목록을 적었겠지만... 난 그렇지 못했다.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음에도 생각만 하고 말았다ㅎㅎ...
다행스럽게도 최근 드라마 <스물다섯스물하나>를 보던 중에 주인공 "나희도"를 보며 '와 나도 저런 여자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스쳐갔고, 그날 밤 일기장에 '왜 나희도 같은 여자를 만나고 싶었는지'에 대해 적어봤다.
이연님의 영상을 봤던 기억도 스쳐가면서 이걸 그냥 느낌으로만 남기기보다는 내가 왜 저 캐릭터에 끌렸는지를 텍스트로 적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내가 일기장에 쓴 내용은 이렇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며 표현할 줄 아는 사람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모르겠으면 모르겠다 명확하게 표현해 주는 사람이 멋진 것 같다. 그런 사람과 함께라면 큰 다툼 없이 잘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달까?
좋아하는 일이 명확하고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는 사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있는 사람이 멋지다는 걸 알았다. 게다가 좋아하는 일로 뭔가 이루고 싶은 꿈까지 있는 사람이라면 배울 점도 많고, 함께 성장하며 오래도록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가야 할 때와 멈춰야 할 때를 아는 사람
애매함은 언제나 애매한 결과를 낳는 것 같다. 내가 그런 면모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그래서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명확하게 판단할 줄 아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아는 사람)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스스로 챙길 줄 아는 사람이 좋다. 연인이라고 해서 자신의 모든 문제를 상대에게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 이겨내는 방법을 아는 사람과 만나야 건강한 만남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스스로 본인이 좋아하고, 필요로 하는 것들을 명확히 아는 사람일수록 더 건강하게 만남을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일기에 간단히 적었던 문장에 살을 붙여가다 보니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된 느낌이다. 모든 내용을 이 글에 담긴 좀 부끄러우니.. 내가 포기할 수 없는 이상형 목록 몇 가지만 더 적어보자면...
인생에서 가족이 갖는 가치가 큰 사람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게 인생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이기에 나에게 가족은 큰 가치를 가진다. 그래서 결혼과 자녀 그리고 가족이 인생에서 큰 가치를 갖는 사람과 만나고 싶다.
예의 바른 사람
예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장 기본이 되는 덕목이라 생각한다. 항상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말을 하는데, 결국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배려)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피부가 하얗고 무쌍에 귀여운 상
외모를 안 본다는 건 뻥 같고... 내가 원하는 외적인 요소는 하얀 피부에 무쌍을 가진 사람인 것 같다. 연예인 중에서 뽑자면 박보영, 조이현, 김다미 상이랄까...(연예인은 연예인일 뿐이니 넘어가 주시길..ㅎㅎ)
그 외에 일기장에 적어본 것들도 있는데 이번 글을 쓰며 다시 한번 읽어보니 너무 두서없이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만간 오늘 글을 썼던 것처럼 내가 원하는 사람을 표현하는 한 문장 + 그 문장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풀어써보려 한다.
사실 이 글의 진가는 내가 누군가를 만났을 때 드러나리라 생각한다. 앞서 언급했던 유튜버 이연님처럼 "저도 제가 쓴 이상형 목록과 정말 비슷한 사람을 만났어요"라고 하게 될지 아니면 "이상형 목록과는 전혀 상관이 없던데요?"라고 하게 될지...ㅎㅎ.
사실 그걸 떠나서 내가 함께 하고 싶은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보고, 그 생각을 글로 적어봤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막연하게 생각만 했던 것들이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나다 보니 앞으로 누군가를 만날 때에 좋은 기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맞는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갖고 싶은 물건이나 먹고 싶은 음식이 있을 때에도 자신만의 명확한 기준이나 취향이 있다면 선택을 하기도 좋고, 선택한 이후에도 후회할 확률이 더 낮아지기 마련이니까.
물론 이 목록을 모두 만족할 수는 없음을 잘 안다.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완벽한 사람이 될 수 없으니 말이다. 이 부분을 명심하며! 오늘의 글을 마무리해 본다.
p.s 연말에는 혼자가 아닐수도 있지 않을까란 희망을 가져봤지만... 내일이 벌써 크리스마스네요 핳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