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잔상 : 이름이 먼저 부자가 되었던 여자

by 숨나

우리 엄마 이름은 고부자였다.

원래 어릴 적 이름은 영옥이었다는데, 언제부터 ‘부자’가 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물어보고 싶었지만 엄마는 벌써 30년 전에 길을 떠나셨다.


엄마와 함께한 시간은 고작 스무 해.

내가 스무 살이 되던 해, 엄마는 예고 없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평생을 가난 속에 사셨던 엄마의 이름이 왜 ‘부자’였는지. 부자로 살기를 바라는 누군가의 간절한 염원이었을까. 이제는 묻고 싶어도 대답을 들을 수 없다.


생전의 엄마는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다시 태어난다면 미국 부잣집 딸로 태어나고 싶다고.

매일 예쁜 드레스를 입고, 화려한 파티를 즐기며 살고 싶다고.


내 나이 이제 내일모레면 쉰이다.

어느덧 엄마와 함께 산 날보다, 엄마 없이 산 날이 십 년이나 더 길어졌다.

그런데도 나는 아직 가끔, 엄마가 “숨나야!” 하고 부르며 집에 두고 간 내 도시락 가방을 들고 버스 정류장에 서 있을 것만 같다.


지금 엄마는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계실까.

큰언니는 종종 내게 말한다.

내가 엄마 대신, 지금 여기 호주에서 그 꿈을 대신 살고 있는 거라고.


꿈에서 만나는 엄마는 늘 말한다.

자기는 죽은 게 아니라고. 그저 어디 멀리 좀 다녀온 것뿐이라고.

나는 그 말에 서럽게 울며 묻는다. 대체 어디에 갔었냐고. 그러다 잠에서 깬다.


엄마,

당신이 지금 어디에 있든.

부디 그곳에서는 이름처럼 온전한 ‘부자’로 태어나,

더는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고

마음껏 누리며 살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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