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호흡 : 우물 안의 이방인

타인의 시선이라는 감옥

by 숨나

어느날 SNS를 하면서

나는 타인과의 비교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


‘저 엄마는 아이에게 저런 것도 해주는구나.’


‘저 집 아이는 또 상을 탔네.’


‘저 사람은 음식을 참 정갈하게도 차리네.'


그 비교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다 스스로를 은둔과 고립이라는 감옥에 가둬버린 시간이 어느덧 3년.


나는 왜 이럴까,


왜 아이들에게 저들만큼 해주지 못할까.


내가 부족해서 우리 아이들은 공부는 뒷전이고

매일 놀기만 하는 걸까.


타인과의 비교와,

타인의 평가에 내 가치를 올려두는 ‘시선의 감옥’에서 빠져나오기까지 참 긴 시간이 걸렸다.

다 빠져나왔다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다.


2026년 1월 중순, 브런치라는 공간을 처음 알게 되었다. 신이 나서 열흘 만에 자전 에세이 세 권 분량을 써 내려가며 홀로 뿌듯해했다.

하지만 작업을 마치고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기 시작하자 이내 ‘현타’가 왔다.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지독하게 부끄러워졌다.

슬픈 이방인이여,

그대는 모국어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게 되었구나.


'그러면 영어는 잘하나?'


2006년 10월에 한국을 떠나 타국 생활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나는 여전히 영어가 어렵다.

사람들은 외국에 살면 영어를 쏼라쏼라 잘할 거라 생각하지만 그건 오산이다.

그 오산을 나 자신에게 대입할 때마다

현실은 뼈아픈 통증이 된다.


“난 호주 시민권자인데 영어를 못해.

모국어인 한국어도 이젠 어색해.

여기서 나는 늘 말이 숨을 못 쉬는 사람이야.”


농담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슬픈 고백이다.

누구나 하나쯤 결핍을 안고 산다지만,

적어도 -그렇게 믿고 싶다-

그걸 인정한다고 해서 모든 게 해소되지는 않는다.


내게 결핍은 한동안 체념으로 머물렀다.

잠시 어쩔 줄 몰라 머뭇거리는 사이,

벌써 20년이라는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하지만 앞으로 살날이 50년은 더 남았으니,

이제는 조금만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호주 정부가 운영하는 무료 교육 프로그램인 SEE(Skill for Education and Employment)라는 것이 있는데,

교육과 취업을 위한 기술을 가르쳐준다고 해서 도움을 청했다.


나는 2024년에 두 달 간격으로 두 번의 교통사고를 당하고 육체의 고통과 함께 정신적으로 우울증까지 심해져 있었다. 병원 진단서를 첨부했더니, 공부는 아직 안된다고 몸부터 추스리고 3개월 있다 다시 진단서 받고 얘기해보자고 했다.


그래, 몸부터 추스르자.

그래야 마음도 기지개를 켤 테니까.


작은 다짐은 늘 작심삼일이다.

하지만 그 작심삼일을 사흘 뒤에 다시 시작하면 된다.


삼년고개에서 넘어지면 3년밖에 못 산다고

방 안에 웅크려 우는 대신,

다시 그 고개에 올라 앞구르기든 뒷구르기든

계속 굴러보려 한다.


한 번에 많이 구르지 않아도 된다.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만 굴러도,

내 남은 백 년은 충분히 채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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