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톨 먼지의 방향
태어난 곳에서도 나는 늘 낯선 사람처럼 살았다. 어린 시절부터 오르내리던 나무 우거진 샛길도, 아이들로 바글대던 골목길도 지금의 나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풍경일 뿐이다. 어쩌면 가족들 사이에서도 나는 평생 이방인으로 머물렀는지도 모른다. 익숙한 얼굴들 사이에서조차 늘 어색하고 서먹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으니까.
서머싯 몸의 소설 속 문장처럼, 어떤 사람들은 태어난 곳에서도 끝내 정착하지 못한다.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한 채 서성이는 이들은, 아마도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어떤 ‘영원한 것’을 찾아 사방을 헤매는 존재들일 것이다. 그러다 아주 가끔, 정말 신비스럽게도 “아, 바로 여기다”라고 느껴지는 장소를 우연히 발견하기도 한다.
‘바로 이것이다’라는 생각 하나로, 나는 내가 살아야 할 곳을 찾겠다는 목적 아래 한국을 떠났다. 여기는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니라고 믿으며, 달을 쫓는 마음으로 떠돌았다.
돌이켜보면 사실 어디든 상관없었을지도 모른다. 가족이라는 무거운 굴레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어느 땅이든 나에게는 충분히 낙원이 되었을 테니까.
하지만 사람은 그리 매정하지 못하다.
지구 반대편이라는 물리적 거리는 멀어졌지만, 그만큼 나의 양심은 그 거리를 고스란히 짊어진 채 살아간다.
멀어졌다고 해서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 털어내고 싶어도 진흙처럼 질척하게 달라붙어 단단하게 굳어버린 그 속박 속에서, 나는 한 톨 먼지가 되어 무심하게 떠다니고 싶었다.
하지만 쉽게 떨어지지 않는 그 속박을 안은 채, 나는 오늘도 여전히 부유한다.
언젠가 바람이 방향을 바꿔 나를 내려놓을 자리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서.
이 글의 첫 호흡은, <달과 6펜스>가 남기고 간 길고 무거운 침묵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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