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어느 우울증 환자의 하루 통과법
우울이 나를 삼켜버리면, 나는 어쩔 수 없이 깊은 잠 속으로 도망친다.
하루 종일 자도 두 눈꺼풀은 여전히 천근만근이고,
눈을 뜨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을 넘는 것만큼이나 고되다.
이대로 영영 깨어나지 않고 꿈속에 머물고 싶다는 유혹이 발끝까지 차오른다.
하지만 내 게으름과 무기력보다 더 준엄한 명령이 있다.
바로 아이들의 식사를 챙기는 일이다.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다가도,
텅 빈 아이들의 식탁을 떠올리면 차마 눈을 감을 수 없다.
내 생명줄은 더 이상 나만의 것이 아니다.
아이들과 남편이 함께 잡고 있는 이 팽팽한 줄을 외면하기에,
나는 아직 너무 연약하고 또 미안하다.
그 치열한 망설임의 끝에, 축축하고 따뜻한 감촉이 입술에 닿는다.
내가 잠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으면,
어느새 다가온 우리 집 '개 아들'이 자고 있는 내 입술을 연신 핥아댄다.
어서 일어나라고, 이제 그만 현실로 돌아오라고 재촉하는 녀석의 끈질긴 다정함.
무거운 몸을 일으켜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건 녀석의 빈 물그릇과 밥그릇이다.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사료를 채우고 깨끗한 물을 담아준다.
녀석이 꼬리를 흔들며 밥을 먹는 소리를 들으며 비로소 나도 숨을 고른다.
'왜 사냐건 웃지요'라는 시구처럼,
웃으며 견디는 게 삶이라면 나는 오늘도 이 작은 생명들 사이에서 웃을 거리를 찾아 방황해야 할 것이다.
나는 왜 이토록 매일이 버거울까.
해답을 찾고 싶어 방황해도 여전히 안개 속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생리현상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배가 고프면 먹어야 한다는 것.
아무것도 하기 싫은 순간에도 누군가의 끼니를 챙겨야 한다는 그 당위성이 역설적이게도 나를 살게 한다.
이대로 눈 감고 깨지 않길 바라는 욕망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일 뿐.
꿈에서 기어 나와 기어이 현실을 살아내야 하는 나는,
오늘도 아이들의 밥상을 차리고 강아지의 밥그릇을 채우는 우울증 환자다.
비록 해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 하루, 이 작고 소중한 생명들을 지켜내며
무사히 하루를 '통과'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살아낼 이유를 증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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