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보면 무궁화가 생각나(25)
1990. 11. 14 (수) 맑음
햇살이 따스한 오늘이다.
11월의 날씨답지 않게 너무도 포근한 오후다.
우리 아가는 벌써부터 안아주는 걸 안다.
새근새근 잘 때는 방긋 웃기도 하고 눈살을 지푸라기도 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조금씩 조금씩 자라고 있는 우리 아가야.
모두를 우리 아가의 탄생을 축복해 주었단다.
왕자님이 아니고 공주님이어서 더 행복하단다.
예쁜 옷도,
예쁜 신발도,
예쁜 액세서리도...
모두 예쁜 것으로 예쁘게 키워줄게.
마음은 더더욱 예쁘게.
그런데 자꾸만 머리를 한쪽으로 돌리고 자서 머리 모양이 비뚤어질까 봐 걱정이다.
고집이 센 것인지 반듯하게 누이면 금세 돌려버리곤 하는 아가야.
착한 아가야, 반듯이 누워서 자려무나.
떡국질을 자주 하는구나.
어떻게 해야 하지.....
잘 먹고, 잘 자야 한다.
우리 아가가 빠는 힘이 너무 세어서 엄마 양쪽 젖꼭지에 상처가 났단다.
한쪽은 아물어서 우리 아가가 먹을 수 있지만 한쪽은 약을 발라서 못 먹는단다.
너무너무 세게 빨아서 너무너무 아프단다. 엄마 생각 좀 해서 살살 먹었으면 좋겠다.
잠자다 눈을 뜨려 하면 쌍꺼풀이 생기곤 하는데 깨어 있으면 없어지는구나.
쌍꺼풀이 있을 때 더 예쁜데....
이다음에라도 생겼으면 좋겠다.
어제는 예쁜 머리 모양 만들어 주려고 엄마, 아빠가 비둘기 모양의 짱구 베개를 샀단다.
그런데 우리 아가 머리는 짱구처럼 뒤가 나왔구나.
예쁘게, 슬기롭게 자라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