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6일(금)
함께했던 인연들과의 추억을 되뇌어본다.
이날 저녁, 전 직장의 봉사자들이 개최한 '송년회'에 참석하러 가는 길 찍은 저녁하늘이다. 이전에는 그저 퇴근길일 뿐이었는데 입장이 달라져서 그런가 이곳 하늘이 맑다는 걸 새삼 느꼈다. 그리고 그 맑은 하늘 속 지나온 추억들이 선명히 떠올라, 서있는 자리가 뜻깊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그 추억 속 함께했던 인연들에게 느낀 고마움이 있기에, 잠시나마 그 마음을 사진 속 깊이 간직해 보았다.
이때로부터 2년 전, 이맘때쯤 난 감사보다는 막막함이 가득했었다. 단 한 번도 떠난 적 없는 고향에서 벗어나 서울로 올라왔고, 어떻게든 터를 잡아야겠는데 한없이 캄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때만큼은 살아온 순간들이 큰 위로로 다가오지는 않았으니 까마득하기만 한 밤하늘은 점점 깊어져만 갔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하철에서 우연히 본 공고로 새로운 일자리를 알게 되었고, 그 안에 내가 해보고 싶은 사회복지분야를 찾아내게 됐다. 이제는 그 막막함에서 벗어나 다시 생기를 얻고 싶은 갈망으로 주저 없이 지원했고, 감사하게도 그 마음이 통했는지 내게 소중한 기회를 가지게 됐다. 그럼에도 걱정거리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과연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내게 주어지는 일들은 무엇일까, 어떤 사람들과 함께할까 등의 잡념들로 말이다. 그저 시작 전까지 "아무것도 두려워말자. 나의 산성 되는 분을 의지하자."는 메시지를 반복하는 게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리 걱정한들 달라지지는 않으니 내려놓기로 했고, 어려움을 뒤로한 채 한 복지관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대략적으로 여러 가지 교육들을 받은 후, 기본적인 상담과 가정방문을 포함해 몇 가지 단위 사업들을 기획 및 진행을 맡게 되었다. 괜히 일정 수습 기간이 있는 게 아니었구나 싶었다. 아무리 열심히 들어도 한 귀로 새어나갔었다. 특히나 직업 특성상 다양한 상황에 놓인 주민들과 교류하는 게 필수적인 영역인데, 그 삶들을 청년인 내가 헤아리기에는 한 없이 부족했었다. 때때로는 의구심도 들었으나, 그런 내 마음에 소중한 인연들은 '나아갈 용기'를 심어줬다.
팀 안에서 동료, 선임, 상사였던 그들은 진심 어린 마음으로 나를 대해주었다. 특히 "사무실에서 전화할 때마다 쌤의 정겨운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돼요.", "쌤, 언제든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줘요. 도와줄게요.", "함께 생각과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동료로 있어줘서 고마워요." 등의 덕담들이 그 용기에 양분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내가 주어진 일들을 차근차근 습득해 가도록 알려주었고, 서로의 실수보다 진심을 알아주는 유익이 무엇인지 깨닫도록 해주었다.
일례로, 내 담당으로 진행한 첫 외부사업이 있었다. 역 근처 주민들에게 복지 사업을 홍보하고 상담하는 일이라 부스 설치가 필수였는데, 가장 필요했던 준비물인 가위를 딸랑 하나를 챙겼던 것이다. 그리고 당시 분위기에 긴장을 잔뜩 했는지 주 담당자로서 모습보다는 수행인력처럼 행동하는 모습이 가득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나를 이해하며 끝까지 잘 마무리 짓도록 최선을 다해주었다. 그리고 그걸 치부가 아닌 웃겼던 순간으로 기억해 주며 심심할 때마다 놀리기도 했다. 그런 격려와 재치 덕분에 비로소 묵혔던 의구심을 떨쳐낼 수 있었다.
그 이후로 그들이 심어준 씨앗을 힘입어 내 안의 역량들을 발휘할 수 있었다. 더욱 주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었고, 맡겨진 사업들을 가치 있게 담당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짧은 기간임에도 나름대로 성장해서 또 다른 사업도 맡아보는 기회도 맡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도 그들은 언제나 나를 믿어줬고, 바쁜 와중에도 시간 내 협력하기를 힘써줬다. 돌이켜보니 그 마음으로 끝까지 함께했기에, 이 날 송년회 자리에 초청받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이날 행사도 잘 마무리 짓고 퇴근길을 같이 걸으며, 다음 만남을 기약하게 됐다.
잠깐이나마 정말 소중했던 시간이었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근처 다리에 당도했다. 맑고 깨끗한 하늘이니 사진을 남기면서 그들이 심어준 씨앗은 어떻게 자라날까 생각해 봤다. 아직은 열매를 맺기 전의 시간인 듯 하지만, 그 열매는 누구에게나 나눠줄 수 있는 것임은 분명한 것 같다. 그들이 내게 그랬듯 말이다. 끝으로 나의 앞날이 꽃길이길 응원해 준 소중한 인연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마저 돌아가는 길을 걸었다.
"하나님 나라를 무엇에 비유하며 어떻게 설명할까? 하나님 나라는 겨자씨 한 알과 같다. 그것이 땅에 심길 때는 씨앗 중에서 가장 작은 것이지만 심긴 후에는 모든 채소보다 더 크게 자라서 큰 가지를 늘어뜨린다. 그래서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이게 된다." - 마태복음 4장 31~32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