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추운 겨울은 도리어 따뜻한 마음을 심어주었다
2024년 중 이렇게 많이 눈 온 날은 아마 없었던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뜨고 창문을 열었는데, 온 동네가 하얗게 덮여있어 처음에 약간은 놀랐다. 이 날 아침에는 그쳐있었는데, 그전까지 잠을 잘 자서 내리는 모습을 보지 못해 그런 것 같다. 그래서 특별한 일정은 없더라도 주어진 오늘 하루를 소소하게 잘 보내기로 했다. 때마침 냉장고에 식재료가 텅텅 비어 있으니, 장 보러 나가는 겸 책 읽으러 카페로 나갔다.
항상 지나다니는 길도 사진처럼 덮여있었다. 차가워서 만지는 건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포근한 인상으로 가득했다. 원래라면 잎사귀가 떨어진 앙상한 모습으로 가득한데 마치 빈자리를 채워준 듯했다. 나 또한 빈자리가 크면 사람으로서 외로움을 느끼는데, 이처럼 언젠가 그 자리에 채울 것들을 기대해 보았다. 그렇게 추운 겨울은 도리어 따뜻한 마음을 심어주었다.
하루를 포근히 잘 마무리 지어보렴
자주 가는 동네 카페에서 챙겨간 책을 읽고, 나름대로 할 일을 마친 뒤 시간을 보니 어느덧 9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그리고 때마침 배고프기도 해서 밖을 나갔는데, 하늘에서 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아마 평소라면 머리에 눈이나 비 맞는 게 싫어 황급히 들어갔겠지만, 어차피 귀가 길이니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서 돌아가는 길에 내리는 모습을 실컷 관찰했다.
그러는 동시에 내가 잊은 한 가지 '장 보기'가 떠올랐다. 그런데 시간은 밤 10시를 향하고 있어 해 먹기에는 늦은 시간이었다. 아니, 사실은 귀찮았다는 게 정확하다. 참 이럴 때 내 잔머리는 잘 돌아가는 것 같다. 아주 빠른 타협점을 찾아 장은 '쿠팡'으로, 식사는 '떡튀순'을 포장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그래도 집 돌아가서 먹을 걸 생각하니 마냥 좋았다.
포장한 걸 챙기고 다리 건너기 전에 눈이 쌓여있는 가로등이 보여 사진을 찍었다. 무심코 지나간 자리였는데 말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선 내게 한 가지 들려온 메시지랄까. "하루를 포근히 잘 마무리 지어보렴." 내게 있어 이 하루가 따뜻하다 여긴 건 특별한 순간이 찾아와서 그런 게 아니었다. 내가 머물고 있는 이 자리와 동네가 내려온 눈으로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지금까지 이곳에 머물며 살아온 순간들에서 그 소중함은 '감사함'을 낳게 만들었다. 이사 오는 과정, 함께한 시간, 이뤄온 과업들이 떠올랐고, 그저 감사뿐이었다. 어쩌면 그 감사에 대한 나만의 보답이자, 따뜻한 자리를 채워가는 과정이 내게 있어 '글'인 듯하다. 그렇게 따뜻함과 감사함을 품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주어진 하루를 마무리 짓게 되었다.
P.S. 예전에 2023년 12월 경 찍었던 한라산 정상사진도 공유해 봅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