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엄마, 간호사, 30대 여자의 소소한 이야기(+아빠와의 작별)
(2017-3)
날이 흐렸다가,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친한 친구들을 만나기로 한 날이었는데 약속을 취소했다.
친구에게 아빠가 많이 힘들어한다고 말하고 급하게 연락을 끊었다.
아빠는 특히 호흡하는 걸 많이 힘들어했다.
옵디보라는 장치까지 달았는데, 산소가 최고 농도로 들어가도 아빠는 숨차했다.
아빠 폐에 하얗게 찬 염증들이 점점 크기를 키워 아빠를 잠식시키는 것 같았다.
나는 아빠를 토닥이는 것만 할 수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아빠는 갑자기 몸을 일으켜 스스로 침대에 반듯하게 누웠다.
그리고 의료진들은 계속 아빠의 상태를 살펴보다가 우리의 요청에 의해 처치실로 아빠를 옮겨주었다.
1인실로 아빠를 옮겨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병동 상황상 1인실이 바로 나오기 어려워 어쩔 수가 없었다.
아빠는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빠가 말을 하지 않아도, 우리는 아빠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없어도 씩씩하게 살아 달라고
너무 오랫동안 울지 말라고
아프거나 많이 슬퍼하지 말고 셋이 행복하게 살라고
세상이 무서우니 꼭 서로 의지 하면서 살라고
아빠가 알려준 것들을 실천하면서 지내라고
그리고 먼 훗날 저 하늘에서 다시 만나 행복하게 지내자고
우리는 아빠의 마음을 알면서도, 눈물만 흘리며 아빠를 떠나보낼 준비를 했다.
아빠는 처치실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을 빤히 보고, 하늘을 보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그렇게 하늘로 여행을 떠났다.
삐-------------익 하는 기계음 소리가 들리고
의료진의 훌쩍거림이 들리고
내 마음이 무너지는 소리, 엄마와 동생이 흐느끼는 소리,
그리고 병동 복도에서 나는 여러 소리들이 뒤죽박죽 뒤섞였다.
의료진이 아빠 몸에 연결된 관, 주사 등을 정리하는 동안 우리는 병동 복도에 서있었다.
그러다가 나는 아빠와 장례식장 직원들과 함께 장례식장으로 내려갔다.
철컹철컹하는 엘리베이터 소리가 비현실적으로 들려왔다.
장례식장에 도착해서 상복으로 갈아입고, 미리 준비해 둔 연락처에 연락을 돌렸다.
벽 위쪽에 있던 창을 통해 보니 햇빛이 쨍하게 나있었다.
아빠가 떠나는 길에 비가 오지 않아 정말 다행이었다.
오랫동안 병실에서만 보던 햇빛을 훨훨 날아가며 볼 테니 말이다.
혀를 깨물며 울음을 삼켰다.
혼자 있을 때 꺼이꺼이 눈물을 흘리고, 누군가 오면 또다시 눈물을 닦아냈다.
너무 울면 아빠가 마음이 무거워 좋은 곳으로 가지 못할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더더욱 마음을 다잡았다.
아빠는 햇살이 좋은 봄날
곱고 하얀 가루가 되어 봄소풍을 떠났다.
날이 어찌나 좋던지, 아빠가 좋아하던 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구름 한 점 없이 파아란 하늘이 눈부셨다.
하얀 나비가 우리 주변을 날아다니기도 하고,
바람이 살랑살랑 불며 우리 코끝을 간지럽히기도 했다.
아빠가 꼭 우리 옆에 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잘 가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잘하고 있다고. 끼니 잘 챙겨 먹고 건강 잘 챙기라고 다독이면서 말이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1주일이 지나갔다.
우리는 다시 우리가 생활했던 그곳으로 돌아갔다.
오랜만에 돌아간 집 문을 여니, 아빠 물건과 냄새가 우리를 따뜻하게 반겨주었다.
우리는 왈칵 쏟아 나오는 눈물을 곱씹으며 침대에 몸을 뉘었다.
그날, 내 꿈에 아빠가 나왔다.
나는 꿈에서 깨어 웃기도 하고 눈물짓기도 하였다.
그렇게 아빠는 우리 곁을 떠났다.
아빠 안녕, 우리 또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