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숨결을 품으며, 나도 다시 숨을 쉬다 (3)

아기엄마, 간호사, 30대 여자의 소소한 이야기 (+아빠의 폐암투병)

by 카리타스

(2017-2)


병원에 도착하자 아빠는 힘겹게 침대에 앉아있었다.

숨 쉬는 게 매우 힘들어 보였다.

아빠에게 어떠한 말을 건네기가 쉽지 않았다.


"엑스레이에서 폐혈관이 터져서 피를 조금씩 토하는 거래. 이걸 지혈해야 하는데..

하게 되면 중환자실로 바로 들어가야 한다더라. 혹시 몰라서 너랑 동생 얼굴 보여주고 싶어서

연락한 거야."


엄마가 내 옆에서 나지막이 말했다.

흐린 날씨가 병실을 더욱 어두컴컴하게 만들었다.

이 어둠이 내가 생각하는 그 어둠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며, 나는 아빠 옆으로 갔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나는 왜 아빠한테 아무 말도 못 했을까 하는 후회가 든다.

인턴 선생님이 와서 아빠 시술 준비를 도와주셨고,

주치의 선생님이 보호자에게 설명을 할 게 있다고 우리를 불렀다.

엄마는 겁이 나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연신 흔들며, 내 어깨를 스테이션 쪽으로 밀었다.


"네가 그래도 더 잘 이해할 테니까, 가서 들어."


그 돌덩이 같은 손바닥으로 나를 힘껏 밀었다.

아빠는 푸우 푸우 숨을 쉬고 있었고, 엄마에게 가서 점심을 먹고 오라고 계속 이야기했다.

당신이 어떤 상황인지 아는지 자꾸만 자꾸만 점심을 먹고 오라고 재촉했다.

실랑이하던 사이 동생이 왔다. 동생은 아빠의 모습을 보자마자 눈물을 뚝뚝 흘렸다.




스테이션은 매우 분주했다.

여러 병실에서 요청이 쇄도했고, 의료진들은 각자 맡은 업무를 하느라 주변을 둘러볼 새도 없었다.

주치의 선생님은 스테이션 끝쪽에 위치한 컴퓨터로 나를 안내했다.


"혹시 의료인이신가요?"

"네, 간호사입니다."

"그럼 설명이 좀 쉬워지겠네요. 중간에 궁금한 게 있으시면 바로 말씀 주세요."


아빠가 새벽에 진행한 피검사랑 엑스레이 결과를 띄웠다.

엑스레이를 찍을 때는 나랑 같이 갔다.

그 짧은 거리를 가는 데도 아빠는 힘겨워했다.

산소를 콧줄로 연결하여 마셨고, 퉁퉁 부은 발을 휠체어에 걸친 상태로 움직였다.

그 와중에도 딸이 걱정할까 "괜찮다. 괜찮아." 하며 짧게 말을 걸어주기까지 했다.


여하튼

주치의 선생님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피검사 수치도 안 좋고, 엑스레이 상 폐렴이 확실한데 혈관이 터져 출혈까지 있다고

중환자실 입실하면 의식이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도 높고, 상황이 안 좋은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그래서 연명치료 거부 동의서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할 거 같다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화면은 동의서 서명란으로 채워졌다.

흰 배경에 검은색 글씨들이 내 눈을 어지럽혔다.

아아.. 그렇구나.

이것은 마지막을 의미하는 거구나.

엄마랑 동생에게는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까 막막했다.


"네, 이해했습니다. 서명하면 될까요?"


최대한 덤덤하게 말하려 했지만, 목구멍이 막혀 목소리가 너무나 작게 나왔다.

펜을 쥔 손가락은 덜덜 떨렸다.

내가 뭘 서명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서명을 하고 주치의 선생님이 설명하는 이야기가 귀에 안 들어왔다.

귓가에서 자꾸 머어어엉 머어어엉 하는 소리가 울렸다.

나는 빨리 아빠에게로 가야 했다.

고작 50M도 안 되는 거리지만 빨리 가서 옆을 지켜야 했다.


엄마에게 말했다.

이제 마지막을 준비해야 할 거 같다고.


엄마는 병실 밖 복도 난간을 잡으며 울었다.

행여나 아빠가 들을까 숨죽여 꺼이꺼이 울었다.

내 마음속에도 장마가 오고 있다.

창문 너머로 보니 흐린 날씨는 비가 추적추적 시작했고, 개일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빠는 계속 우리에게 밥을 먹고 오라고 했다.

"교대로 밥 먹고 와."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

나는 동생의 손을 끌고 푸드코트로 갔다.

넘어가지도 않는 밥을 꾸역꾸역 삼켰다.

지금 아니면 언제 먹을지 모르는 밥이었다.


대충 욱여넣고 병실로 왔을 때, 아빠는 아까보다 더 힘들어했다.

급히 간호사 선생님을 호출했고, 활력징후를 측정하더니 옵티플로우라는 장치를 연결했다.

아빠는 그 장치를 연결해도 힘들어했다.

숨을 쉬기 버거워 보였다. 땀도 많이 났다. 피부색이 어둑해지고 피부 긴장도도 축축해져 있었다.


숨 쉬기 조금 나아졌을 때 아빠는 내 옆에 오고 싶어 했다.

나는 침대 옆 보호자 간이침대에 앉아있었는데, 아빠는 어느새 몸을 움직여 내 옆으로 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떠한 힘이 있어서 그렇게 왔는지 신기하다.

나는 아빠를 꼭 안아주고, 어깨에 기대도록 했다.

그리고 아빠에게 못다 한 말을 하나둘씩 했다.


마치 아기를 재우기 전 토닥토닥 하는 엄마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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