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고 Mar 20. 2024

백수자취생 일기 : 부지런함의 지표 '청소'

'청소'를 대하는 나의 자세

'청소'

이 단어만 봐도 한숨이 지어지는 사람이 있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나에게 '청소'란 무엇일까


청소는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일 수 있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집을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나는 자취를 하고 있고 1년 전 퇴사로 인해 아직까지 백수나 마찬가지이다.

직장인일 때는 퇴근하고 와서, 또는 황금 같은 휴일에 청소를 해야 했다.

퇴근하고 와서 밥 먹고 쉬기 바쁜데 청소기를 돌리고 바닥을 닦아야 한다고? 이런 마음으로 하루하루 모른척하며 보내다가 항상 머리 말리는 곳에 앉았는데 머리카락들이 바닥에 널브러져서 내 주위에 마법진을 그리고 있었다. 이제 그 정도 쌓였으면 치울 때 되지 않았냐고 쳐다보는 것 같아서 출근 전에 급하게 청소기를 민적이 많다. 몰아서 청소하거나 내가 견딜 수 없을 만큼 먼지와 머리카락이 눈에 보일 때 그제야 청소를 시작했다.

백수가 된 지금은 자주 청소하냐고 묻는다면 아쉽게도 아니...라고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하루종일 집에 있는데 청소가 그리 어렵냐고 묻는 사람이 있었다. 청소는 부지런함의 지표이다. 매일 출근을 하면서도 하기 싫다고 속으로 외치지 않는가. 하지만 출근은 타인과의 또는 집단과의 계약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행하지만 청소는 그렇지 않다. 나 자신과의 약속이기에 어기면 내가 용서하면 그만이다. 그런 마음으로 청소를 매일 하지 않는다. 집에 하루종일 있는 나로서 매일 빠지는 머리카락이 러그에 다 내려앉으니 엉망진창이다.  하루는 청소기를 돌리고 하루는 러그 위에 머리카락들을 치웠다. 먼지와 머리카락은, 마치 눈이 내리고 있는데 눈을 치우고 있는 느낌이다. 다 치웠다고 생각하지만 다음날 되면 30% 복구가 되어있다. 그래서 청소는 부지런함의 지표이다. 이 30%를 100%가 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치우느냐, 아니냐. 

가끔 인스타그램이나 SNS를 돌다 보면 한 달에 한번 대청소하는 숏폼들이 보인다. 주방이며 거실이며, 안방 침대청소까지 하는 모습을 보며 감탄을 할 수밖에 없다. 나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를 한다면 저렇게 한 달에 한번 대청소를 할까? 저런 부지런함은 어디서 오는 거지? 궁금증이 생겨난다. 그러면서 동경한다. 그리고 청소제품을 구매한다. 꾸준히 청소할 내 모습을 상상하면서. 그렇게 청소제품이 오면 갑자기 욕실청소부터 대청소를 시작한다. 나름 자취의 짬밥이 있어 어떤 식으로 하면 되는지는 빠삭하게 알고 있다. 때를 불리고 닦고 헹궈내는 과정을 통해 반짝반짝 달라진 욕실을 보고 있자니 뿌듯함이 어깨까지 차올랐다. 청소의 재미를 느꼈다. 하지만 몇 주가 지나면 다시 잊어버린다. 스멀스멀 더러워져 가는 욕실을 보며 '아이 귀찮아' 하고 만다.

나도 청소에 재미를 붙이고 싶다. 부지런함이라는 전공 속 청소 과목에서 A를 받고 싶다. 내 공간에서 나는 적당히 나 자신과 타협하며 B에 머물고 있다. 나에게 청소란 그런 것이다. A를 동경하면서 정작 B에 안주하고 있다. 청소는 내 의지에 달려있다. 스스로 마음먹기에 달렸으니 나와의 약속을 하고 일정을 잡고 실행해 보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본인과의 약속을 지켰을 때 느끼는 뿌듯함을 반복할 것이다. 그렇게 나도 누구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부지런히 청소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