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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dia young Oct 06. 2024

5도 2촌(4도 3촌)

8. 2도 5촌

금요일 저녁이면 촌집으 와서 주말을 보냅니다.

2박 3일이 좀 짧은 듯 아쉬웠었는데 10월 퐁당퐁당 연휴에 연차를 낸 남편과 5일간 장박으로 촌집에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주엔 2도 5촌이 되었습니다.


남편은 집에만 오면 집에 들어올 생각이 없는 듯 좁은 마당을 이리저리 살피고 일거리를 찾아 바삐 움직입니다.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아침저녁엔 두꺼운 옷을 꺼내 입을 정도로 일교차가 심합니다.

동행한 작은딸과 밤에는 모닥불을 피우고 음악도 틀어 분위기 띄우며 불멍도 해봅니다.

5일간 있을 생각을 하니 마음에 여유가 생깁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남편은 벌써 밭에 심어놓은 김장배추를 살피고 있습니다.

올해 배추가 비쌀 거라는 뉴스에 더욱 정성을 들입니다.


지난여름 남편과 사위가 방부목으로 재단하고 만든 화단에서 김장배추가 잘 자라고 있습니다.

타이머로 맞춰놓은 시간이 되면 밭에 자동 물 주기가 작동합니다.

창고정리, 나무 심어놓은 화단에 흙 추가해 북 돋우기, 구석구석 거미줄 제거하기 등 남편은 여유롭게 하나씩 할 일들을 지워나갑니다.


3일째 되는 날 일정이 있어 서울로 가야 하는 작은딸을 춘천역에 내려주기로 했습니다.

집에서 입던 편한 트레이닝 차림으로 딸을 내려주고 남편은 나온 김에 소양강댐에서 배를 타고 청평사를 가자고 합니다.

'이런 차림으로요?'

남편은 '뭐가 어때?' 라며 운전을 합니다.


남편은 스무 살에 청평사를 왔었다고 합니다.

'아~ 여기 이 탑은 기억나는 거 같아!'

잠시 남편의 스무 살 여행에 동행해 봅니다.


청평사 가는 배엔 부모님 모시고 온 딸들, 3대가 같이 온 가족들, 자전거 라이딩 가는 건강한 사람들 외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가운데 3일 동안 자란 다듬지 않은 수염이 삐죽삐죽 난 남편과 무릎 나온 트레이닝 옷을 입은 너무 편안(?)한 우리 부부는 잘 차려입은 예쁜 여행룩과 알록달록 등산복 차려입고 여행하는 사람들 사이 이방인 같은 느낌에 '' 하고 웃음이 나왔지만 너무 예쁜 하늘과 시원하게 강바람 가르며 달리는 배에 앉아 가을을 만끽했습니다.


고즈넉한 가을 청평사엔 잔잔하게 스님의 기도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고 기도하러 산사를 찾은 사람들의 경건한 움직임, 그리고 여행온 이들의 조용한 눈길과 발걸음.

가을햇살 가득한 산사의 모습을 눈에 가득 담아봅니다.

도시의 바쁜 생활 속 빠르게 지나가는 가을을 느낄 사이 없이 놓칠 뻔했는데 촌집에서 매주 마주하는 가을이 고맙습니다.


그 가운데 짧은 가을여행으로 추억을 또 하나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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