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의 시간을 추억한다.

by 이담우

“할머니!” 하고 부르니

할머니가 깜짝 놀라시면서도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고 나를 반기셨다.


퇴근길, 문득 할머니가 보고 싶어

집 대신 할머니 댁으로 향했다.

차로 10분이 채 되지 않는 거리였지만

혼자 간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어떵 혼자 와시냐? 밥은 먹어시냐? 추운데 빨리 들어오라게”

쏟아지는 질문에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얼른 여기에 앉으라, 여기가 따뜻하매” 하며 자리를 내어 주셨다.


사실 나는 이미 저녁을 먹고 온 터였다.

하지만 “할머니 나 배고파요, 뭐 먹은 게 없어” 하며

일부러 배고프다며 할머니를 재촉했다.


내가 숟가락을 드는 내내

할머니는 켜 두었던 TV를 대신

내 입만 바라보셨다.


“이거 더 먹어라, 고등어 아까 금방 구운 거라"


그때였다.

“더 먹으라, 소미야.”


순간, 나는 아차 싶어

“할머니 나는 담우에요” 하니,

멋쩍게 웃으셨다.


그게,

치매의 시작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할머니는 삼촌 댁으로 가셨고,

내가 기억하는 할머니의 경쾌함은 더 이상 느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할머니는 하늘나라로 가셨다.


그 무렵,

나는 임신 8개월이었다.

마지막 인사조차 하지 못한 채

할머니를 떠나보냈다.


이제

내 아이들이 자라 연필을 쓰기 시작했다.


연필깎이를 찾다

먼지가 앉은 기차 모양 연필깎이를 발견했다.

할머니가 초등학교 입학 선물로, 사주셨던 것이다.


아이들에게 연필을 깎아 줄 때마다

나는 그날의 밥상을 떠올린다.


따뜻했던 저녁,

나만 바라보던 할머니의 눈.


나는 아직도 느낀다.

할머니의 사랑이 여전히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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