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좋은 일 있어

by 이담우

우울증 약의 부작용으로

20킬로 정도 살이 쪘었다.

(임신 때도 이렇게 찐 적이 없었는데)


워낙 살이 찌는 체질이 아닌데

하루가 멀다 하고 커져있는 나를 보고

지인들은

“너도 살찌네?” 하며

놀라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했다.


내가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리고 약을 끊고 일 년 정도 지나

친한 친구들을 만났다.


작년에 나를 봤던 친구니까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나를 보며
“살 빠졌다, 운동했어?” 하며 물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사실, 약 끊었어”


눈치 빠른 내 친구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이제 괜찮아?”라고 물었다.


그리고는 내게

“잘했다. 잘했어, 고생했다”

하며 칭찬을 쏟아냈다.


그러더니 약속장소에

우리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다른 친구를 보자마자


“야야, 지수야 진짜 좋은 일 있어,

얘 약 끊었대” 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갑자기 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는 그저

평범한 일상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친구는

자기 일인 것처럼 기뻐하며

여기저기 소문을 내고 있었다.


그 팔불출 같은 행동이

이리도 사랑스럽고

고맙게 느껴질 줄 몰랐다.


그 순간

내가 꽤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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