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조용히 거리를 둔다

by 이담우

“언니 미안해”

사과하던 동생이 말을 덧붙인다.


“그런데 언니는 나한테는 감정 표현 진짜 잘해.

밖에서도 당하지 말고, 이렇게 표현 좀 해”

그 말에 나는 마치 답을 알고 있다는 듯 되받아쳤다.

“관계를 개선할 마음이 없으면, 표현도 안 해”


진심이었다.

한동안 나도 나의 섭섭함을 토로하며

상대방에게 표현하곤 했다.


그땐 몰랐다.

감정이라는 게, 다 드러낸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오히려 상대는

내가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게 이상한 것처럼 여겼고,
뭘 그런 것까지 이야기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나는 다투려던게 아니었다.
그저 내 감정을 표현했을 뿐인데
상대의 날 선 반응에 오히려 내가 위축되었다.

그때부터였을 거다.


많은 이들이 내게 조언이라고 떠든다.


“너 한마디 해, 그럴 땐 가만히 있으면 안 돼”

“따끔하게 얘기해야 알아듣지”


하지만 나는 누군가 내게 선을 넘는 행동을 해도

내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나의 임계점에 닿을 때까지 기다릴 뿐이다.


그리고 그 임계점을 벗어나면

나는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거리를 둔다.

내 평안을 위해서


관계를 개선하려 애쓰지 않는다.

그런데 쏟을 에너지를 차곡차곡 쌓아 둘 뿐이다.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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