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깊이 아부지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있다.
평소에는 전혀 드러나지 않지만
오롯이 나만 아는 감정이라
문득 문득 올라온다.
아직도 그 감정의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다만, 한 번씩 불 같았던 기억은
어릴 적부터 이어져 왔다.
그 모습이 드러나는게 싫어
나는 내 감정을 굳이 드러내지 않고
꽁꽁 숨기고 지내왔다.
그냥 내가 참고
혼자 마음정리 하고 말자.
그 생각이 더 편했다.
오늘은 아부지의 점심식사 시간이 애매해 보여
이동하시며 드시라고 김밥을 준비했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뒤, 조심스럽게 여쭈었다.
“김밥은 드셨어요?”
돌아온 대답은 예상 밖 이었다.
“다시는 그 김밥 사오지 마라
기름기가 둥둥 맛도 없고,
그런걸 어떻게 파냐”
갑자기 매우 서운했다.
아부지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건
낯선 일이 아니었다.
대부분은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오늘은 그게 잘 안됐다.
이기적으로 느껴졌고,
얄미웠다.
그리고 처음으로,
표현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참고 넘기던 내가
갑자기 억울해졌다.
나는 아부지와의 관계를 끊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의 아부지의 표현이 틀렸다는 걸
알리리라 마음 먹었다.
몇 시간 뒤
다시 마주한 아부지 앞에서
나는 결국 이야기를 꺼냈다.
마음속에서 휘몰아치던
감정들을 어떻게 표현하나
아부지의 반응은 어떨까
괜한 짓을 하나 하며
어지럽게 굴더니
“아부지 나 아까 좀 삐졌는데” 라고 말을 꺼냈고
“뭐어?” 하며 눈을 크게 뜨고 한소리 할 것 같던 아부지가
“미안해~” 라고 하니
그 한마디에
내 안에서 요동치던 감정들이
그만 감정이 뚝 하고 떨어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