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날개를 펼 준비를 하다. (후기)
나는 왜 조직에 조직에 적응하지 못했는가...?
그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해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처음 회사생활은 너무나도 즐거웠다. 하지만 점점 나의 무의식은 병들고 있었던 것 같다. 10년 전의 나와 10년 후의 나는 뭐가 달라졌을까?
대학원 졸업 후 나의 첫 회사는 이쪽 분야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부러워할 만한 회사였다. 나의 아버지도 매우 자랑스러워하였고 지인들에게 얘기하고 다니셨다. 그리고 나도 나 자신이 너무나도 뿌듯했다.
난 이 회사가 마치 내 회사인 것처럼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절대 회사는 나의 회사가 될 수 없다. 난 그저 월급을 받고 그들이 원하는 일을 하는 부속품이 었을 뿐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내가 마치 조직에서 말썽을 부리던 사람으로 볼 수 있겠지만 난 전혀 그러한 부류가 아니다. 오히려 회사의 인사담당자로써 나를 고용한 회사에 충성을 다 하였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잘 못 되어갔다. 난 충성을 다했지만 내가 관리하는 직원들은 그러하지 못했다. 내가 회사에 충성하면 충성할수록 나의 직원들은 불만이 커져만 갔던 것이다.
처음에는 그 이유를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 해답을 찾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회사는 직원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소유주들의 이득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조직은 당신이 실력을 쌓아 시장에서 유명해 지길 바라지 않는다. 만약 당신이 유명해진다면 당신을 일하게 하기 위한 더 많은 연봉이 필요하게 되고 그 연봉을 감당하지 못하면 당신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회사는 당신이 적당히 시키는 일만 잘하길 바랄 뿐이다. 당신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조직을 피곤하게 만들 뿐이다. 당신의 상사는 괜한 도전으로 리스크를 떠안기 싫기 때문이다.
내가 조금 과대망상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난 10년 동안 미국, 일본, 프랑스, 한국 회사에서 인사담당자로 일을 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국적의 회사들에게 단 하나의 공통점은 있었다. 외국사람이든 한국사람이든 나이가 들고 위로 올라갈수록 그들의 목표는 오직 Surviving이다.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야!"
난 회사를 다니면서 특히 회사를 오래다닌 경영진들로 부터 이러한 얘기를 자주 들었다. 과연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걸까? 아니다. 그들도 자신들의 회사생활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다만 이러한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그러한 말을 할 뿐이다. 강한게 아니라 겁쟁이일 뿐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삶은 버티는 삶이다.
난 10년 동안 4번의 이직을 하였다. (이 중 2개의 회사는 한국에서 철수를 하였다.) 나는 이렇게 많은 이직을 하면서 항상 다음 회사에서는 좋은 CEO와 경영진들과 함께 일했으면 했다. 하지만 결국 나는 깨달았다. 회사가 문제가 아니라 결국 나의 문제였다는 것을...
회사는 잘못이 없다. 내가 잘못된 장소에 있을 뿐이다.
회사는 춤을 추는 클럽과 같다. 나는 그곳에 잘 못 들어간 수녀나 목사일 뿐이다. 나는 클럽에 있으면서 춤을 추는 사람들의 옷은 어떻니, 화장은 어떻니, 행실은 어떻니 하며 욕을 한다. 클럽은 화려하게 옷을 입고 춤을 추는 사람이 정상인 곳이다. 회사에서 정치를 하는 것이 정상인 것처럼 말이다.
난 그래서 조직을 믿지 않는다. 그리고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도 좋아하지 않는다. 월급은 마치 마약과도 같다. 월급을 오래 받을수록 당신의 꿈과 열정은 사라지고 현실과 타협해간다. 그리고 당신 본래의 태어난 목적, 즉 우주가 당신으로 하여금 하려 한 일들을 잊어버리고 만다. 회사에서 당신이 한 일은 모두 회사의 업적일 뿐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독자들은 "그럼 처음부터 창업을 하라는 말인가요?"라고 물을 수 있다.
아니다. 난 사회 초년생이 아무 준비와 경험도 없이 창업을 하는 것을 극도로 반대한다. 우리가 아는 성공한 청년 사업가들은 모두 운이 따랐을 뿐이다. 반면, 사회 경험 없이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사례가 훨씬 더 많다. 난 최소 5~10년은 조직의 시스템을 배우라고 권하고 싶다.
이에 관한 얘기는 뒤에 더 정리해서 얘기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