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의 온도

by 달그림자

8화 환경


​어려서 나는 부모님의 사랑을 넘치도록 받았다. '고삐 풀린 망아지'라는 별명은 단지 쾌활함을 넘어선 말괄량이에 가까웠을 것이다.

​구김 없이 나의 생각을 펼치고 하고 싶은 것은 다 할 수 있었다. 창의력을 발휘해 새로운 놀이도 만들며 놀았고, 언니 오빠들 중 막내였던 나는 모두의 사랑을 받았다. 그들은 언제나 내 편이 되어 나를 지원하는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그 덕에 아쉬움도, 갖고 싶은 것도 느끼지 못할 만큼 내게는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모든 것이 풍족했다.


​학교에서 친구들이 내 도시락을 꺼내 반찬을 먼저 다 먹어서 밥을 못 먹고 오는 일이 허다했다. 하지만 거기에 대해 속상하거나 화가 나지 않았다. 단지 엄마에게 죄송했을 뿐, 맛있다고 얘기하는 친구들을 보며 내심 자랑스럽고 뿌듯함마저 느꼈다.


​관대해지려 애쓰지 않아도, 그 환경이 자연스럽게 나를 '나눠주는 사람'의 마음으로 만들어주었던 것 같다.


​그러나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 처하게 되자 모든 것이 바뀌었다. 작은 것에도 서운함이 들고, '나를 무시하나?' 하는 쓸데없는 자격지심이 들면서 저절로 쪼잔해졌다.


관대함은커녕, 사람들을 살피며 눈치를 보듯 그들의 표정을 읽어내기에 바빴다.


​빚으로 인한 재촉 전화와 아이들 학교에 내야 할 급식비, 밀린 공과금에 가스가 끊겨 잠가진 밸브를 몰래 열고 쓰던, 돈에 허덕이던 생활이 가져다준 버릇같은 것이었다.


​비참함으로 자신의 자존감마저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바닥에 붙어버린 듯한 느낌. 그 환경에서 느껴졌던 것은 세상의 모든 밝음은 사라지고 오직 어둠만이 나의 친구가 된 듯한 절망감이었다.


그렇게 처한 환경의 다름이 내게 느끼게 했던 모든 감정들은 상반된 것이었다.


​그러나, 생각 하나가 상반되었던 나의 환경을 똑같지는 않아도 거의 동일 선상으로 바꿀 수 있게 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 수 있었다.


​결국 다른 환경이 다른 생각을 하게 하고, 다른 결과를 만들게 됨을 깨닫게 된 것이다.


오늘의 한 줄 사색


​환경의 온도는 삶의 풍요로움을 결정하지만, 생각의 온도는 그 환경마저 극복할 힘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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