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마음의 계산기
관계 속에서 느껴지는 계산기가 있다.
이 관계가 나에게 '득'(得)이 될지 '실'(失)이 될지 끝없이 저울질하는 그 온도 말이다.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마음인지라,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
나 역시 그 본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특히나 어떠한 결정을 강요받게 되는 순간에는 그 계산기가 더욱 빠르고 예민하게 작동한다.
그러나, 머리를 굴리며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작동시키고 있음을 상대가 느끼느냐, 느끼지 못하게 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당연시 생각하면서도, 매 순간 마음의 계산기만을 두드린다는 느낌을 받게 되면 그 사람에 대한 나의 마음은 딱딱하게 굳어버린다.
들춰보면 나 역시 그러할진대, 참으로 우습다는 생각도 든다.
진심이 먼저이고 그 뒤에 계산기가 따르든, 계산기가 먼저이고 그 뒤 가식적인 행동이 나오는 차이일 텐데 말이다.
가끔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유난히 눈알을 굴리며 계산한다 느껴질 때면 마음으로 욕을 하고 있는 나를 본다.
그러면서 나중에 나의 머릿속에서도 똑같이 마음이 불러온 계산기가 두드려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 '너도 그렇잖아' 한 번의 자책으로 그 감정을 묻어둔다.
옳고 그름을 굳이 따지지 말자.
그 두 모습의 다름이 어떤 차이가 있는가?
결국은 같은데ㅡ.
오늘의 한 줄 사색
관계에서 속이 보이는 마음속 계산기를 비난하는 나의 분노는 결국 '나는 적어도 저 사람처럼 보이기는 싫다'는 위선적인 자존심의 다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