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타인의 그림자
모처럼 집에서 쉬는 날 고양이들과 함께 놀았다. 애재와 꼬방
모두 길냥이이었으나 우리와 인연이 된 것이 벌써 8년이 지났다.
암컷인 꼬방이는 새침이 심한 편이다. 그래도 애교가 필요하다고 느껴지면 사정없이 애교를 부린다.
수컷인 아재는 시샘이 많다. 유난히 사람을 좋아해서 무조건 엉기고 본다.
보고 있으면서도 쓰다듬지 않으면 직접 손에 머리를 갖다 댄다.
인기척이 느껴지면 어느새 다리사이로 비비적 거리며 냥냥 거린다.
꼬방이는 먼저 쓰다듬고 이름을 부르기 전에는 아는 척도 안 하고 배고프거나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목이 터져라 울어댄다. 얄미울 때도 있지만 그 애교에는 당할자가 없을 것이다.
두 마리의 고양이를 보더라도 차이가 이렇게 많은데ㅡ
서로 다른 것을 보고 다른 것을 먹고 다른 문화와 환경에서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말해 무엇하랴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행동을 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무서움을 느껴야 할 만큼 불가능한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도 매번 나와 같지 않다고 그 다름에 삐지고 화가 나고 서운함을 느낀다는 것이 정상인 것처럼 여기곤 한다.
아마도 그것은 상대에 대한 기대치가 있고, 그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감정적으로 다가오는 현상일 듯싶다.
내게 생기는 모든 감정들을 생각해 본다. 모든 감정들이 오롯이 나의 것이라 생각했지만 따지고 보면 그 감정들은 모두 누군가 상대가 있기에 만들어진다.
외로움이라는 감정마저 그 '누군가'가 없기 때문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면서 순간 행복함을 느낄 수 있음도 그 자연이라는 대상이 있기에 느껴진다.
내게서 일어나는 모든 감정들은 상대에 의해서 일어나는데 이것이 과연 '나'라고 해야 하나 하는 의문이 생겼다.
세상의 그 모든 것이 다 다르기에 그 다름 안에서 같음을 찾고 싶어 하는 것이 잠재된 탓에 같기를 원하는 것일까?
집에서 이런 생각 속에 잠시 해변가나 산속의 산장을 그리고 넓고 푸른 하늘을 떠올리며 그동안의 많은 만남들을 생각했다.
그 안에서 내가 느꼈던 모든 감정들에 의해 버드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듯 흔들렸던 나 자신들을 보았다.
그렇게 흔들렸던 나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오늘의 한 줄 사색
나의 감정은 오롯한 나의 것이 아니라, 상대라는 거울에 비추어질 때 비로소 온도가 생겨나는 관계의 그림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