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의 온도

by 달그림자

11화 눈높이


조카에게 둘째가 찾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막내 아이를 품에 안은 따스한 기운과 함께 찾아온 변화들..


첫째 녀석의 마음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더 많이 안기고 싶어 하고, 더 많이 이야기하고 싶어 하고,

때론 이유 없는 떼도 늘어났다.


아이 둘을 돌보는 조카며느리의 어깨는 조금씩 무거워지고

지친 숨이 말끝마다 묻어나는 것도 느껴졌다.


그런가 하면, 곁에서 보살피는 언니는

할머니의 손길로, 아이의 눈높이에서 천천히 말을 걸어준다.


아이의 언어로, 아이의 속도로 놀아주고, 웃어주고, 기다려준다.


그리고 참으로 신기하게도,

그렇게 눈높이가 맞춰진 사랑 앞에서

첫째의 투정은 어느 날부터 조금씩 옅어졌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했다.

“엄마가, 늘 저렇게 아이의 세계에서 돌봐주면 좋을 텐데…”


하지만 곧이어, 나 역시 아이들을 키우던 시절을 떠올렸다.


연년생 두 아이.

숨 돌릴 틈 없는 하루들.

지치고, 초조하고, 따뜻함보다 큰소리가 절로 나왔던, 그러다 보니 후회가 더 많았던 그때의 나.


그때도 우리 엄마가 아이들을 많이 돌봐주셨다. 지금 우리 언니처럼..


지금의 조카며느리를 보며 내가 하는 생각은—

결국 나도 지나온 자리라는 것.


그래서 나는 조용히 깨닫는다.


나는 나를 잊은 채 남을 먼저 바라보려 했다는 것,

내가 서툴렀던 그 순간조차 품지 못한 채

누군가의 부족함을 먼저 보려 했다는 것..


다름의 온도는,

이렇게 조금씩 나를 데리고 돌아온다.

남을 보기 전에 나를 바라보게 하고

그제야 비로소 눈높이를 맞추는 법을 알게 한다.


오늘의 한 줄 사색


남의 눈높이를 말하기 전에, 먼저 내 마음의 높이를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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