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고 35년이 지나 수줍음이 많고 웃음이 많던 언니가 마녀가 되어 버렸다. 35년 전 160 키의 여자가 184 키의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였다. 8형제의 장남에게로 시집을 간 언니는 서로가 조심을 하며 알아가는 과정이 있었고 실수를 하지 않으려 노력을 했다. 그리고 그리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이 있어도 상처가 될까 들추어내는 일이 없었다. 배려를 해주고 아껴주고 그렇게 살면서 두 아들을 낳았다. 시부모님을 모시게 되었고 시동생과 두 명의 신우까지 좁은 빌라에서 9명이라는 대가족이 살게 되었다.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들을 위해 밥상을 차리고 시부모님을 위해 다시 또 밥상을 차렸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유치원, 학교를 보내고 점심때가 되면 시부모님과 막내신우를 위해 다시 밥상을 차리고 저녁에 들어올 식구들을 위해 밥상을 차리는 일도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하루종일 다섯 번을 차리며 밥상과 씨름을 하는데 정작 언니는 제대로 앉아서 밥을 먹지 못한다.
1년이면 제사가 13번에 그 많은 식구들의 생일까지 챙기느라 언니의 허리는 제대로 필 날이 없다. 형부가 버는 돈으로 그 많은 식구들을 챙기는 것은 정말 힘들만하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군말 없이 살아온 언니가 지금 마녀가 되었다.
형부가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이 언니가 되었으니 말이다. 언니의 말 한디에 그 덩치 큰 형부는 꼼짝을 못 한다. 그리 눈치를 보며 살면서도 아직도 언니의 비유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것을 보면 형부에게는 코치가 필요할듯하다. 옆에서 보기에 정말로 안타깝다. 하지만 내가 나 설일은 아니기에 그저 바라만 본다.
자기 말을 하지 않고 살았던 언니의 마음에는 많은 것이 쌓여있다. 그렇다고 형부가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밖에서 일을 하고 돌아오면 밥 먹고 TV만 보다가 잠을 자는 형부는 정말 눈치가 없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언니의 마음을 풀어주는 것이 아니기에 언니의 마음에 남은 앙금이 더 커지는 것 같다.
안타깝다. 두 아들들이 눈치껏 마음을 풀어주려 애를 쓰지만 정작 언니의 마음을 풀어주어야 할 형부는 진짜 몰라서 그러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조금만 언니에게 부드럽게 해 주고 애썼다고 말을 해주고 아플 때 챙겨주고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싶다.
가장 소중한 것이 가족일 텐데 '집에 있는 가구'처럼 생각을 하는 것 같다는 언니의 말을 들으면서 언니의 그 서운한 마음이 전해지는 듯하여 너무 안타깝다. 당장 자신의 손으로 세탁기조차 돌리지도 못하고 밥상을 차려 먹지도 못하면서 언니의 모든 것을 너무도 당연시하는 형부가 안타깝다. 그리고 힘들게 일하고 들어온 형부에게 바가지 긁는 언니의 모습이 안타깝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형태는 참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가족이라서 너무 소홀했던 것은 없는지 나의 사랑하는 가족이 늘 그렇게 당연하게 내 옆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살면서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한 번쯤은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내 가족이라서 내 식구라서 뒷전으로 미루어 놓은 것이 있다면 그것으로 상처가 되지 않았나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로 잘못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을 해본다.
"남편이 돈을 못 벌면 너라도 나가서 벌어라. 아이들은 내가 데려가서 키워주마" 어느 날 시어머니가 오셔서 나에게 이렇게 말을 하고 우리 아이들을 데려가셨다. 아들이 다섯 살이고 딸이 세 살이었다. 그 어린것들을 엄마와 생이별을 시킨 시어머니가 너무도 야속하고 미웠고 무능한 남편을 한없이 원망했다. 그렇게 한 달 가까이 지내면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아이들을 데리러 시댁에 갔다.
혼자 집을 찾아 나서려 했던 아들의 말을 듣고 가슴이 내려앉았다. 수원에서 부천으로 그 어린것이 집을 찾아 나섰다가 길을 잃을 것이 뻔한 일인데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부모로서 자격이 없다고 자책을 하면서 한없이 울었다. 어린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준 것이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돈을 벌기 위해 단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다. 그것을 핑계로 나는 아이들에게 가장 나의 손이 필요할 때 함께 해주지 못했다.
엄마에게 아이들을 맡겨놓고 돈을 많이 벌어 잘 살게 해 주겠다고 큰소리쳤지만 그 약속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모두의 미래를 담보로 난 그렇게 소중한 시간들을 뺐었다. 엄마와 아이들에게 난 함께 누려야 할 행복을 모두 뒤로하고 기다림으로 지치게 했던 것이다. 그때 아이들에게 엄마로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들이 이제는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언제나 늘 그 자리에 계셨던 엄마도 이제는 계시지 않는다. 내가 약속한 것 하나도 지키지 못했는데 엄마는 기다리지 못하고 가셨다. 좀 더 잘했더라면 좀 더 나의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했더라면 피곤하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이유로 난 모든 것을 뒤로 미루었었다.
모두에게 희생을 강요했던 것이다. 너무도 당연하듯이...
그것은 나의 이기적인 생각에서 희생을 강요한 것뿐임을 한참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이런 후회를 또다시 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순간순간을 함께하며 최대한 많이 웃을 수 있는 시간들을 만들려 한다.
언니와 형부도 시간이 지나서 서로에 대해 후회를 하는 일은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가족이라서 더 마음을 헤아리고 살필 수 있어야 한다. 그랬으면 좋겠다. 진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