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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숙 Sep 07. 2023

내 머리는 바쁘다

생각이 나를 먹는 것 아닌가?

머릿속이 바쁘다. 흐르는 시간 속에 그냥 나이만 먹는 것 같은 생각에 마음이 분주해진다. 오늘은 유난히도 기분이 가라앉는다. 사람들을 만나서 일에 관한 얘기를 하고 헤어졌는데 발걸음이 무겁고 마음이 그다지 좋지 않다. 왜일까? 나도 모르게 그들과 비교를 하며 나의 부족함이 크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굳이 비교를 할 이유가 없는데 어느새 비교를 하며 이런 기분에 빠져드는지 모르겠다.


해마다 내가 속한 경기도태권도협회에서는 우수한 선수들과 지원을 받아 어학연수를 보내고 있다. 한동안 코로나로 인해 진행하지 못하다가 올해는 다시 시행을 하게 되었고, 인솔자로 11일간 필리핀을 다녀오게 되었다. 그곳에서 활동했던 모든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고 사진을 찍어서 앨범으로 만들어 나누어 주고 보관을 한다. 다녀와서의 작업들을 위한 만남이었는데 나와는 딱히 비교를 할 일도 없는데, 나의 내면에 자격지심이 있는 것인가? 불필요한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있는 나를 보며 생각을 돌려본다. 하지만 어느새 또 나의 생각은 다시 그쪽으로 와있다. 이런 생각이 나를 먹어 없앨 것 같았다.


음악을 들으며 조금 좋아진 것 같더니 어느새 또... 나의 마음이 이러는 원인을 알고 싶어졌다. 무엇 때문에 이러는 것일까? 생각하기 싫은 지난 시간들의 내가 내면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박으로 빚을 지고 일찍 저세상으로 떠난 남편 덕에 오랜 시간을 빚을 갚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하며 허덕이던 그 시간들에 내 마음이 주눅이 들어 있는 것인가 싶기도 했다.


아들은 "나는 올바른 아버지상을 모른다. 일을 하며 같이 일하는 어른들을 보면서 생각하고 배우는 것이 있다, "라는 말을 한다. 그러고 보니 나도 남편의 그늘을 모른 채 살아온 시간 속에 당연시 생각했는데 그들을 보면서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리고 내가 아무리 채우려 해도 채워지지 않았던 그 무엇을 우리 아이들도 허전함으로 느끼며 살았겠구나 하는 생각들로 마음이 아팠다.


 나는 많은 것이 부러웠다. 모든 것에서 여유가 느껴지는 그들과 함께 하다 보니 여유로워야 할 수 있는 생각과 행동들이 보였다. 아직까지 내게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을 더 많이 생각하고 결핍에 갈증을 크게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의 시간에 많은 것이 변하고 많은 것이 좋아졌는데도 그들과의 비교 속에 내가 만든 변화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에 나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 '난 참 바보구나. 정말 못났구나. 내게 있는 것은 잊은 채 그들에게 있는 것만 보이고 , 나에게는 지금 내게 있는 것이 훨씬 더 귀하고 소중한데 말이야. 정신 차리자. 그들은 갖지 못하는 것을 나에게 있다는 것을 왜 생각하지 못하니?' 이런 말들을 읊으며 나를 다그쳤다.


그러면서 나에게 있는 것들을 하나씩 생각하며 일일이 나열을 해보았다. 나의 장점도 떠 올려 보았다. 애써 길게 나열을 해 보았다. 그렇게 하다 보니 그 하나하나에 감사함이 느껴졌다. 지난 나의 시간과 비교를 하고 지금의 나를 보니 모든 것이 기적이었다. 실명위기에 장애 2급까지 받게 될 거라고 했던 의사의 말과는 다르게 나는 지금 건강한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 빚을 갚느라 일용직으로 그날그날 벌면서 며칠 모은 것으로 하나 갚고 또 며칠 모아서 하나 갚고 했던 그 시간에 내가 무엇을 생각할 수 있었는가? 하지만 지금은 나의 목표가 있으며 그것을 위해 나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수시로 예고 없이 계획 없이 언니와 드라이브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아이들과 외식을 하며 웃는 시간을 갖는다. 가끔은 극장에서 영화도 본다. 가까운 펜션을 예약하고 며칠 가족여행도 즐긴다. 태권도 외에 다른 것에도 관심을 가지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만들며 즐거움을 느낀다. 모든 것이 내게는 기적이고 감사한 일이다.


남과 비교를 한다는 것은 정말 할 일이 아님을 또 한 번 느끼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내게 있는 것을 보고 감사함을 다시 느낀다. 이제야 나를 찾은 것 같다. 쓸데없는 생각은 나를 삼켜 버린다. '그래, 생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또 이렇게 느끼는구나. 어리석지 않게 자꾸 잊지 말자.' 꼭꼭 꼭 기억을 하자고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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