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스토킹 처벌법
지금 대한민국은 신당역 칼부림 살인 사건으로 분노에 휩싸여 있다. 가해자가 스토킹 하던 피해자를 신당역 한복판에서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며, 사건 당일은 가해자의 불법 촬영 및 스토킹 혐의에 대한 1심 재판 선고 하루 전날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더 컸다. 여기서 우리가 한번 짚어보고 싶은 점은 스토킹 혐의이다. 옛말에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이 있다. 본 의미는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노력하면 못 이룰 것이 없다는 뜻이며 남녀 사이에서는 노력을 통해 사랑을 쟁취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문제는 열 번을 찍는 방식이다.
스토킹 처벌법은 2021년 3월 발생했던 '노원 세 모녀 살인사건'을 계기로 발의되었다. 요지는 "피해자 의사에 반해 주거지 근처에서 기다리거나, 우편, 정보통신망을 통해 글, 영상을 보내는 행위를 반복해 피해자의 불안감을 일으키면" 스토킹으로 인정된다고 한다. 포인트는 상대방의 의사이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지 않았다면 사실 스토킹으로 보기 어려운 것이다. 단순히 연락을 많이 하거나 선물을 보내는 자체는 스토킹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것이 지속되고 상대방이 이에 부담을 가지거나, 이를 넘어서 협박을 한다던가 위해를 가하게 되면 처벌되는 것이다.
또한 지나친 애정 구걸 역시 경범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 2013년 3월 개정된 경범죄 처벌법이 그것인데, 거절 의사를 확실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3회 이상 구애를 하면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스토킹과 달리 구애행위는 경중이 형법상 피해로 인정되지 않고, 본래는 민사사건으로 분류되던 것이 지금은 경범죄로 분류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스토킹 처벌법 입법은 외국에 비해 수십 년 이상 늦었다
해외에서는 예전부터 스토킹의 심각성을 파악해 스토킹 가해자를 처벌하는 법령을 일찌감치 제정한 상태이고 형벌 역시 엄하다. 대표적인 국가가 영국인데. 영국에서 스토킹 범죄는 최대 징역 10년을 선고받을 수 있는 중범죄이다. 스토킹의 범위 역서 넓고 세밀하게 규정되어 있다. 또한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 역시 엄격해 법원이 보호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이 명령을 어길 시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1999년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오케가와 스토커 살인사건'을 통해 일본 역시 강력한 스토킹 처벌법을 시행하는 나라이다. 2000년 8가지 스토킹 유형을 만들어 스토킹을 강하게 처벌하고 있으며 스토킹을 돕는 행위 역시 처벌 대상이다. 또한 요즘은 SNS를 통한 스토킹이 많이 이루어짐에 근거해 SNS에 대한 스토킹 처벌 역시 강화하고 있으며, 피해자 고소가 있어야만 입건할 수 있는 '친고죄'에서 피해자 신고 없이도 즉시 입건할 수 있는 '비친고죄'로 바꾸는 등 대폭 강화하였다.
우리나라는 무엇이 바뀌었는가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스토킹에 대해 처벌이 강한 편이 아니다. 피해 신고가 들어왔을 때 긴급 응급조치는 1개월, 잠정조치는 최대 6개월이고 그 마저 가해자가 위반하더라도 과태료 1,000만 원이 처벌의 전부이다. 또한 이보다 강력한 '민사상 접근금지' 가처분을 원할 경우 법원에 신청해야 하는데 민사상 접근금지는 형사처벌이 아니어서 이 역시 과태료 처분에 불과하다. 이번 신당역 사건을 계기로 좀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신당역 방문 후 "가해자 접근금지, 구속영장 적극 청구" 등 강력한 대응을 대검찰청에 주문했지만 더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해자 중심으로 처벌이 아니라 어떻게 피해자를 철저하게 가해자와 분리하고 보호할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