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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간 강아지

#2 사랑은 눈처럼 쌓였다

by 빵집 일기



우리의 첫 겨울은 아주 힘든 시간이었다. 누군가와 함께 지낸다는 것이, 그것도 반려견과 함께

사는 일이란.. 모든 과정이 시행착오의 순간들이었다. 밥 주기, 잠자기, 놀기 등등 어떤 게 옳은

방법인지 선택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내가 출근하면 폴리는 종일 적막한 집에 혼자 있어야 했다.

사람과 함께 지내는 일이 폴리에게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세상에 나와 처음 함께

지내는 생명체가 인간이란 것이 폴리의 세상엔 어떤 의미였을까..


모양이 엇갈린 톱니바퀴처럼 삐거덕 거리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그중 가장 나를 힘들게 하는 일은

폴리가 침대에 오줌을 싸는 일이었다. 잦은 야근으로 피곤에 지쳐 집에 들어설 땐 반가운 폴리보다는

침대가 안전한지 먼저 확인하는 습관도 생겼다. 혹여라도 한밤중에 또 이불 빨래를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들었다. 그런 폴리의 비뚤어진 행동의 원인을 찾지도 못하고, 나는 섣불리 판단을 했다.


반려견과 사는 일은 정말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폴리를 더 잘 키워 줄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들은 반성과도 같은 후회들이었다. 결국은 이별을 목전에 두고 나는 동물 병원 원장님을 찾아갔다.

그리고, 진지하게 고민과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원장님의 세세한 조언과 가이드를 참고하여 나는

폴리와 잘 지낼 수 있는 새로운 환경과 쾌적한 조건을 하나하나 만들어갔다.

내 삶에 누군가를 들이는 일이란 내가 가진 환경에 그를 맞추는 것이 아니다. 서로에게 적합한

새로운 환경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내 마음의 반을 그를 위해

비워두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던 우리의 첫해 겨울. 폴리는 감기를 달고 살았다. 폭설로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이던 그 밤에도 폴리는 콧물을 흘리며 부들부들 떨었다. 나는 작은 폴리를 외투 안주머니에

넣고 자전거를 힘껏 달려 동물 병원으로 향했다. 불안해하는 나와는 달리 원장님의 대답은 부드러웠다.

증상이 가벼우니, 쉬면 된다고 했다. 막상 그 대답을 듣고서야 이제 안심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외투안의 폴리를 보니 괜히 콧등이 시큰거렸다. 눈이 퍼붓듯이 쏟아지는

밤 하늘을 올려다보며 밤중에 괜한 호들갑 떨었네.. 중얼거렸다. 그러다 뭔가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이 작은 생명을 얼마나 아끼는지, 또 어떻게 보살펴야 하는지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해가 거듭되며 다행히 폴리는 몸무게도 늘고 다리도 튼튼한 성견이 되고 있었다. 우리는 새집으로 이사를

했다. 이젠 아파트 복도가 아닌 산책길이 생겼고, 폴리는 그 길을 달리는 사냥개 시츄로 거듭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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