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반려견 수송작전
동물 병원을 통해 건강 검진을 확인하고 접종 및 혈청 검사를 했다. 이 서류들을 모두 Sang이
번역해 주었고, 프랑스 검역에 필요한 절차가 무엇이 있는지 모두 확인해 주었다. 완벽했다.
이제 비행기에 몸을 싣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혈청 검사가 확인에 3개월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파리에 어학교를 등록했기 때문에 더 기다릴 수가 없었다. 상황은 난감해졌다. 그때 친구 Sang이
본가에 폴리를 맡기자고 했다. 그리고, 본인이 파리에서 한국으로 출장을 나올 때 폴리를 파리로 데리고
오겠다고 했다. 어둠의 빛처럼 일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나는 먼저 파리로 출국했다.
파리에서 근무 중이던 친구 Sang의 집에 짐을 풀고, 파리 생활을 시작했다.
가을 잎이 물들고 떨어진 자리에 앙상한 가지만 남을 무렵, Sang은 서울로 출장을 갔다. 그리고 돌아오는
비행기 편엔 폴리가 함께하고 있었다.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폴리를 기다리고 있다.
떨어진지 3개월 만에 우리는 파리의 낯선 거리에서 다시 상봉을 하게 되었다.
이젠 둘이 아닌, 세 남자의 파리 생활의 막이 올랐다. 파리의 어느 가을날 저녁에.
폴리의 파리 입성이 수월하게 진행된 이유는 Sang의 역할이 컸다. 그는 일하고 있는 회사에
<반려견이 정신건강과 업무성과에 미치는 지대한 역할> 을 장황하게 설명하였고, 몇 번의 설득으로
결국 회사에서 폴리의 비행기 표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더불어 반려견의 해외 이주에 따른 검역비와
기타 서류 비용까지 모두 지원받는 쾌거를 이뤄냈다. 역시 프랑스는 강아지 천국이다.
게다가 Sang이 서울에서 파리까지 폴리를 비행기에 실어 왔으니 '반려견 해외이주 프로젝트'의
실제 주인공은 Sang이라고 말하는 게 맞다. 그럼 나의 역할은 그저 폴리의 법적 보호자..였나.
Sang은 가끔 폴리를 데려올 때를 추억하곤 했다. 언제 들어도 코끝이 찡해지고 웃음이 나오는 얘기다.
회상하듯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그는 늘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한숨부터 먼저 짓곤 했다.
[ 인천공항에서 폴리를 케이지에 담았어. 화물칸으로 보내야 한다는 거야. 좌석 동행이 불가능하데..
폴리는 나를 보며 부들부들 떨고 있더라. 내가 자기를 버리고 가는 줄 알았나 봐..
그걸 보고 비행기를 탔는데 진짜 한숨도 못 자겠더라. 기내식 안 먹기는 평생 그때가 처음이다.
폴리도 아침도 못 먹고 거의 20시간을 배고플 텐데. 케이지도 작은 데다 화물칸이 대체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겠고..
정말 답답하더라고. 겨우 파리에 도착해서 짐을 찾는데 폴리가 안 나타나는 거야. 짐은 다 나왔는데도
폴리만 보이지 않는 거야. 다급해져서 공항을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관계자들 찾아서 물어보니
특수 화물칸은 따로 있다 하더라 ㅋㅋ 나 뭣도 모르고 허둥지둥 그쪽으로 가려는데
멀리서 케이지를 실은 카트가 보이더라. 폴리구나! 싶어서 뛰어가서 열어봤더니.. 글쎄 폴리가
케이지에서 꼼짝도 않고 누워만 있었어. 나 너무 놀라기도 하고 반가워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
"폴리야!" 막 소리치니까.. 옆에 공항 직원이 강아지 지금 자고 있으니 괜찮다고... 하더라고
아.. 폴리. 진짜 자고 있다니.. 나 지금 뭐 한 건지 그제야 좀 창피하더라고. 눈물은 왜 또 그리 났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