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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내리는 이른 새벽에

아들의 일본 여행

by 마리혜


아들이 추석 연휴보다 짧은 3박 4일의 휴가를 마치고, 이른 새벽 5시에 청주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이미 예정되어 있던 일본 여행을, 이곳에서 바로가기 위해 조금 더 가까운 공항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아들은 디지털 문화보다 아날로그 감성을 선호하는 편이어서 그런지 여행을 퍽 즐기는 편입니다. 방학을 이용해서 혼자서 어디든 떠나는 것 같아요.


이번 여행도 지난여름 방학 기간에 다녀온 지역에 이어서, 남은 연휴 기간을 특별하게 보낼 중요한 시간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추석을 가족과 보내고 공항으로 바로 출발하기 때문에, 지난밤에는 미리 챙겨 온 캐리어를 처음 보게 되었어요. 소지품 외에 살짝 공개한 물건에는 앙증맞은 피규어 두 개와 작은 선물 꾸러미? 가 담겨 있었어요.


아마도 일본에서 만나게 될 친구에게 전해 줄 선물이었던 것 같아요. 친구가 모 브랜드의 피규어를 갖고 싶어 했던 그 마음을 놓치지 않고 있다가 선물로 마련한 것이라고 합니다.


공교롭게도 두 개의 피규어는 마침 외가에 온 손주 이랑이 사랑이가 주인이 되었어요. 책상 위에 놓인 피규어에 반짝거리는 눈빛을 보내는 예쁜 조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선물로 주었답니다.


“아, 이참에 삼촌 선물이다!”

아이들은 뜻밖의 선물에 무척 좋아하더군요.




지난밤에는 열린 창문으로 뚫고 들어오는 비바람이 거세더니 새벽까지 멈추지 않고 내렸어요. 어둠이 걷히지 않은 새벽길을 달려야 할 아들 생각에 깊은 잠에 들지 못했었어요.


출발에 앞서 비가 오는 이른 새벽은 더 깊은 어둠에 갇혀 있지만, 주차장 가로등 불빛이 빗물을 가둔 물방울마다 총총하게 별이 내립니다. 아들의 여행 출발을 대환영하고 반기는 것처럼요.


출발하기 전에 아들은 늘 해오던 것처럼, 긴 포옹으로 아쉬움을 남기며 시동을 겁니다. 붉게 물든 미등의 강렬한 불빛이 서서히 어둠에서 멀어져 가는 모습이 낮과 또 다르게 다가오네요.


청주 공항에 무사히 잘 도착해서 주차까지 완료하고, 아침 먹고 있다는 연락을 방금 받았습니다.

“어른이 되어도 엄마한테는 여전히 어린애인가 봐.”

“당근이지. 장가를 가야 어린이를 면하려나.”


은근히 돌려서 말하게 되니 엄마의 본심이 감춰지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불쑥 튀어나옵니다. 그래도 얼렁뚱땅 웃어넘기는 아들이 오히려 저보다 한 수 위 같아요.


오사카에 도착하면 다시 전화하겠다는 말과 함께, 친구에게 줄 피규어를 공항 근처에서 다시 샀다며 웃습니다.


“엄마, 다녀올게요. 겨울 방학에는 아버지, 엄마도 함께 가요.”

“잘 도착했다고 아버지께도 전해주세요.”

“응,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재밌게 놀다 와.”


출국장으로 발길을 옮기는 아들의 총총걸음이 눈에 보이는 것 같습니다.

별이 내리는 이른 새벽부터 지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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